[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배달도 돈 벌려면 강남!…강남 자취 불사하는 라이더들!”
‘배달 천국’ 서울 강남에 타 지역 라이더들이 몰리고 있다. 비 강남권 서울 지역, 경기, 인천 등지에서 대중 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는 대신 강남에 자취방까지 구하며 ‘원정 라이딩’에 나선 것. 라이더들 사이에선 “돈을 벌려면 강남에 터를 잡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지난해부터 ‘원정 라이딩’을 위한 자취방 문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매일 1~2건의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는 상황이다. 주로 ‘강남에서 배달을 시작하려는데 어느 지역에 숙소를 구하는 게 저렴하냐’, ‘생활비는 어느 정도 드느냐’는 내용이다. 지리는 익숙하지만 단가나 배달 건수가 적은 자산의 거주지보단 초반엔 좀 고생을 해도 배달 건수 많은 강남에서 일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라이더 커뮤니티 캡쳐] |
최근까지 성북구 일대에서 배달을 했다는 한 라이더는 “강남으로 처음 진출해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뛰었는데 4시간에 9만6800원을 벌었다”며 “성북구는 지리에 빠삭해도 수입이 시간당 1만7000~1만8000원 수준이었는데 내비게이션 찍으며 다녀도 ‘갓남’(강남을 높여 부르는 표현)은 ‘갓남’”이라고 말했다.
강남에서 자취하는 라이더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은 강남 일대 원룸이나 고시원 혹은 인근 관악구 고시촌 등지다. 평균 월세가 50만원 안팎. 식비까지 고려하면 한달 지출이 100만원을 웃돌지만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체력을 생각하면 ‘남는 장사’라는 분위기다.
실제 전날 수익 인증게시판에 수입을 공개한 한 라이더는 지난 13일 하루 동안에만 쿠팡 25만원, 퀵 3건 17만원 등을 합해 총 42만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쿠팡 배달만 놓고 보면 8~13일 사이 138만원 수입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라이더는 강남 고시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배달을 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일각에선 배달 라이더들의 밀집으로 배달비가 하락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쿠팡이츠의 경우 배달 수요, 배달 라이더 수,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배달비를 탄력적으로 결정한다. 불과 지난해 여름만 하더라도 시급이 2만원 안팎에 달했지만, 최근 들어선 ‘폭설’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12시간 근무시 시간당 1만5000원 가량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