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폭설이 내렸던 지난 6일,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배달플랫폼 종사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눈 엄청 와야 할텐데…”(배달업 커뮤니티 글)
18일 서울, 경기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져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배달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도보 배달로 ‘특수’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도로 사정 악화시 사고 위험으로 인해 오토바이 운행을 중단, 도보로 배달에 나선 이들에겐 높은 수수료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배달 1건당 1만7000원이 지급될 만큼, 수수료가 높아 너도나도 도보 배달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 카페 '배달세상' 갈무리] |
최근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는 지난 6일 기습 폭설 이튿날의 배달 수익을 인증하는 글이 화제가 됐다. 운행 수단은 도보였다. 쿠팡이츠의 배달 파트너로 추정되는 한 글쓴이는 오후 1시부터 약 30분간 세 건, 오후 4시 30분 이후 2시간 조금 넘게 아홉 건 총 열 두 건의 배달 주문을 처리하며 14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내역을 캡처해 공유했다. 콜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쳐 약 4시간을 근무했다고 계산해도 약 3만5000원의 시급을 기록한 셈이다.
폭설이 예고됐던 이날도 이같은 ‘대박’을 기대하는 글이 꾸준히 게재됐다. 전날 한 글쓴이는 ‘내일 눈이 엄청 와야할 텐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그래야 쿠팡이 갓팡으로 변신한다. 제발 5㎝ 이상 쌓이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은 “눈이 더 왔어야 한다”며 “도보 1만원(수수료)을 느끼고 싶었는데 (아쉽다)”라고 적었다.
[네이버 카페 '배달세상' 갈무리] |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은 이륜차뿐만 아니라 도보, 자전거, 킥보드, 자동차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교적 가벼운 운송 수단을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단거리 배달이 우선 배정되도록 하고, 대신 이륜차는 거리가 먼 배달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콜 배정 시스템을 갖췄다. 배달은 도보로 처리하기 힘든 거리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비교적 많기 때문에, 통상은 이륜차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러다 기상 사정으로 노면 상황이 악화됐을 경우에는 라이더 안전 및 배달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도보 배달이 주축으로 떠오른다. 1㎞ 안팎 거리에 대한 주문만 접수하고, 이를 도보 배달에 적극 배정하는 식이다. 실제 쿠팡은 폭설로 도로 사정이 악화됐던 지난 7일 오후, 서울 지역의 도보 배달 수수료 시작가를 1만원으로 공지한 바 있다. 통상의 2.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날 역시, 오후들어 눈이 잦아들었음에도 불구하고 500m 배달에 9400원 수수료가 책정된 배달의민족 사례가 공유됐다.
광주와 전남 일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지난해 12월 30일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도로에서 배달 이륜차 운전자가 미끄러운 길에 주행을 멈추고 오토바이를 끌고 가고 있다. [연합뉴스] |
다만 이같은 악천후 ‘특수’는 자유롭게 운송 수단을 바꿀 수 있는 파트타임 형태의 근무자들에게만 해당된다. 배달 플랫폼의 콜 배정은 부릉, 생각대로 등 계약을 맺은 일반 배달대행 업체들을 통해서도 이뤄지는데, 이처럼 전업 이륜차 대행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악천후가 매출 감소 요인이다. 특히 배달대행사에 근무하는 라이더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이륜차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한편, 악천후 시 콜 배정에서 우대를 받기 위해 운행 수단은 도보나 자동차로 등록해놓고 실제 배달은 오토바이로 나서는 이른바 ‘도토바이’, ‘차토바이’가 등장해 동종 업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도토바이 종사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채 오토바이 배달에 나서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의미다. 사고를 내고 배상 책임도 고스란히 짊어지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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