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CEO)
LG전자가 MC사업본부(모바일커뮤니케이션), 즉 스마트폰사업을 접는다는 설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철수설’에 20일 LG전자 주가도 무려 12%나 급등했다. LG 스마트폰사업이 해마다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어 스마트폰을 접을 경우 LG전자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급기야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철수설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권 사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철수 및 사업 통폐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의 LG전자 게시판에 “MC사업부가 인력의 60%를 타 사업부로 이동시키고 30%를 잔류, 10%는 희망퇴직을 받으려고 한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철수설이 일파만파 퍼졌다.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던 LG전자 측은 이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비즈니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LG전자는 모바일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는 입장을 새롭게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LG가 스마트폰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아예 크게 축소·통폐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H&A(가전)사업본부 산하로 축소·통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적자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대규모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사업 담당 LG전자 MC사업부는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다. 누적 손실액만 5조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5월 출시된 LG벨벳. [LG전자 제공] |
계속되는 적자에 지난해 5월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야심작 ‘LG벨벳’을 선보였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경쟁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추고 ‘매스 프리미엄’이란 이름으로 중간 시장을 공략했다. 그러나 사전예약부터 부진을 면치 못한 채 출시 6개월 만에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이어 나온 스위블폰 ‘LG윙’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9년 취임한 이연모 MC사업본부장은 새로운 혁신 전략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첫 작품으로 ‘LG윙’을 선보였다. 화면 2개를 돌리는 방식의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에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실제 판매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LG윙’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한 직원은 “현재 MC 부문 상황으로 보면 사업을 접거나 H&A(가전사업) 부문 밑으로 넣으려는 것 같다”며 “60% 타 계열사 이동, 30% LG전자 내 부서 이동, 10% 잔류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자들은 떠도는 소문에 아무 일도 못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 스위블폰 'LG윙'. [LG전자 제공] |
또 다른 직원은 “직원들만 희생시키는 게 아니냐”면서 “본부 인원을 줄이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직원들에게) 희망 부서 이동 및 희망퇴직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은 LG 스마트폰 전략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등 스마트폰 철수설로 LG전자 MC사업본부가 홍역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해 권 사장은 20일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과 관련해 본부 구성원에게 e-메일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권 사장은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LG전자 측은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면 구성원에게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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