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2가 정식 출시된 지난해 10월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스토어를 찾은 시민들이 직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남의 얘기 같지 않습니다”
LG전자 스마트폰이 철수를 포함한 휴대폰 사업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LG폰 뿐아니라 삼성폰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LG폰 철수에 따른 반사이익보다는 오히려 위기감이 더 고조되는 상황이다. 아이폰12를 앞세운 애플이 5G(세대) 시장을 거의 싹쓸이 하고 있다.
삼성폰은 10년 만에 글로벌 점유율 20%선이 무너졌고, 최근 선보인 플래그십폰 갤럭시S21로도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하지 못한 분위기다. 아이폰의 독주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5%로 분석됐다. 글로벌 1위 자리는 수성했지만, ‘철옹성’이던 20%대가 무너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시작한 2011년 19.9% 점유율로 처음 10%대를 돌파한 뒤 10년 만에 처음으로 20% 벽이 깨진 셈이다.
삼성전자 뒤를 이어 애플(15.5%), 화웨이(14.4%), 샤오미(11.8%), 비보(8.5%)가 잇는다. SA는 지난해 4분기 아이폰12 출시로 삼성전자 점유율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0’ 시리즈의 부진과 애플의 첫번째 5G폰 아이폰12 돌풍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헤럴드경제DB |
특히 지난해 5G 스마트폰만 별도로 추리면 삼성전자는 점유율 15.1%(4100만대 출하)로 3위로 내려 앉았다. 1위는 화웨이로, 모두 7960만대(29.2%)를 출하했다. 2위 애플은 5230만대(19.2%)를 출하했다. 애플은 5G폰 시장 진출 불과 2달 만에 삼성을 앞질렀다.
이 기세로 올해 애플이 5G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5G폰 판매량 6억 7000만대 중 1억 8000만대가 애플의 5G폰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아이폰12 프로 [애플 제공] |
이런 상황에 LG전자마저 휴대폰 사업을 철수하면 애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수 있다. 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2.9%의 점유율로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결국 현재 추세로는 삼성전자보다 애플이 LG전자의 빈자리를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와중에 29일 공식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 시리즈도 초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전작 대비 가격을 낮추는 고육책까지 썼지만 이동통신 3사 사전예약 판매량은 전작의 절반 수준(17만대 전후)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예상 밖의 부진에 이통3사 모두 갤럭시S21 공시지원금을 50만원 수준으로 올렸다. 예약 판매 5일 만에 공시지원금이 50만원으로 훌쩍 뛰는 것은 이례적이다. 코로나19로 대리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드는 등 영향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아이폰12의 상승세를 뛰어넘지 못한 점이 더 큰 요인으로 꼽힌다.
좌측부터 차례로 갤럭시 S21 울트라, 갤럭시 S21+, 갤럭시 S21 [삼성전자 제공] |
이에 더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애플에 대항했던 LG전자마저 퇴장할 경우 삼성전자는 더욱 ‘외로운’ 경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한때 팬택, LG전자와 함께 국내 ‘삼각편대’가 애플과 맞섰지만, 사실상 삼성전자 혼자 안방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비롯한 사업통폐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권봉석 사장은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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