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게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resell)이 인기를 끌면서 백화점 안에 관련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나이키 에어맥스 90 한정판 모델 이미지.[123RF]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스니커즈로 MZ(밀레니얼+Z)세대를 잡아라.’
다음달 문을 여는 서울 시내 최대 규모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에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resell) 매장이 들어선다. 신규 백화점 오픈 시 어떤 명품을 입점시키느냐만큼 MZ세대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가 중요 과제가 되면서 성사된 이색 만남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이라는 이름으로 2월 26일 서울 여의도동 파크원에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에는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전문매장인 ‘BGZT by 번개장터’가 입점한다.
‘BGZT’는 평소 밀레니얼세대가 번개장터의 영문 초성을 따서 부르는 이름에서 가져온 것으로, 번개장터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전시·판매하며 개인 간 거래장소도 제공할 예정이다.
럭셔리 백화점과 중고거래 플랫폼의 만남은 MZ세대의 스니커즈 리셀문화 덕분에 성사됐다.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는 젊은 세대에게 리셀로 수익을 올리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와 재테크를 합친 신조어)’라는 말이 익숙할 정도로 취향을 넘어선 문화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2019년 세계 스니커즈 리셀시장 규모를 연간 20억달러로 추산했고, 2025년까지 약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달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에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매장이 들어선다. 여의도점 조감도와 번개장터와 풋셀 로고.[각 사 제공] |
지난해 10월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을 인수하는 등 스니커즈 거래활성화에 나선 번개장터는 오프라인매장 오픈을 추진해왔다. 그 와중에 여의도점 지하 2층에 초대형 밀레니얼관을 오픈하는 등 밀레니얼세대 잡기에 적극 나선 현대백화점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의도점에는 20·30을 위한 VIP공간인 ‘클럽YP’ 전용라운지까지 생긴다.
특히 번개장터는 회원 중 MZ세대가 80% 이상으로,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의 중고거래 플랫폼과 다소 결이 다르다. 스니커즈는 번개장터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거래된 품목으로, 지난해 스니커즈 거래 건수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57만건, 거래액으로는 820억원 규모에 달한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니커즈 리셀시장은 올해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기존에 ‘엑스엑스블루’와 ‘아웃오브스탁’ ‘프로그’ 3개의 중소 리셀 플랫폼이 존재했으나 지난해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을 분사했고, 온라인 패션스토어 무신사도 자체 리셀 플랫폼인 ‘솔드아웃’을 선보였다. KT의 자회사 KT엠하우스도 리셀 플랫폼 ‘리플’을 론칭하는 등 이미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달아올랐다.
지난해 7월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 아웃오브스탁과 제휴한 롯데백화점은 이미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였다. MZ세대를 겨냥해 영등포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 1층에 아웃오브스탁 매장을 배치한 것. 한정판 스니커즈를 직접 구매할 수 있으며 리셀 플랫폼에서 거래 중인 스니커즈의 시세 확인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중고거래는 재고가 적어 구하기 힘든 것을 찾거나 취향을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소비하는 차원의 거래로 개념이 확장됐다”며 “특히 스니커즈 리셀시장은 이제는 일부 ‘덕후’만의 문화가 아닌데도 여전히 실제 제품을 확인하고 체험할 기회는 많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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