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 최근 송파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K씨는 건물주가 ‘배달 라이더’일을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상가 임대 계약을 위해 만난 건물주가 배달 가방을 실은 오토바이를 몰고 나타난 것이다. K씨는 “신천동 먹자골목에서 몇 채 건물을 갖고 있는 분으로 안다”며 “건물주가 배달일을 한다고 생각이나 하겠냐”며 황당함을 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음식 배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부업으로 배달에 뛰어드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직장인 및 자영업자다. 하지만 최근엔 자신의 수입과 무관하게 배달일을 시작한 이들도 심심찮게 많다. 그중에는 강남의 건물주, 고소득 직장인 등 생계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들도 있다.
국내 1등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 따르면 지난해 배달라이더(배민 커텍터)의 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배민커넥트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시간만큼 배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다. 오토바이가 없어도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배달이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배달 형태의 쿠팡 플렉스, 바로고 등이 있다. 배민커넥트의 경우 1년 사이 4배 가량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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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에는 생계와 무관한 고소득 '부업' 라이더도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직장인 김(34) 씨도 지난해 말부터 주말에 라이더 일을 시작했다. 김 씨는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했는데 운동도 하고 용돈도 번다는 생각에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엔 김 씨처럼 ‘운동 겸 배민 라이더스를 해봤다’는 ‘인증글’이 드물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코로나19로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게 힘들어 돈도 벌고, 우울증 해소 등을 위해 시작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고 있다.
억대 연봉 운동선수 A씨도 몇 달 전부터 자전거로 배달 ‘부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취소되고, 훈련이 멈추는 일이 잦아지자 할일 없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어차피 자전거 타고 다닐 거, 목적없이 다니는 것보단 운동도 하고 용돈도 벌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들은 “배달업을 쉽게 봐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각종 사건, 사고가 도사리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상에도 배달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 라이더’가 음식을 잘못 픽업하거나 늑장 배달을 했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 “교통사고 위험도 늘 따라다니는데다, 모르는 사람의 집을 방문해야해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다”며 “취미로 하기에는 고려할 사항이 많다. 항상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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