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씹고 뜯는 갈비 대신 써는 스테이크가 대세.’
전통적인 명절선물로 사랑받던 한우 갈비의 인기가 날로 시들해지고 있다. 반면 별도의 조리 과정 없이 가정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구이용의 인기는 올해 더 뜨거워졌다.
설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한 18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프리미엄 한우 세트 등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 |
25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4~22일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을 중간 분석한 결과, 한우선물 세트 중 등심·안심·채끝 등 구이용 부위로만 구성한 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예약판매와 비교해 51.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한우 선물세트 매출증가율 40.2%보다 높고, 찜갈비·불고기용 부위로만 구성한 세트 매출 신장률(26.5%)의 배 수준이다.
명절용 한우선물세트의 대명사였던 갈비는 조리가 번거로워 찾는 소비자가 줄어든 반면 구이용 세트는 그냥 굽기만 하면 되고 1~2인 가구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조리가 간편한 제품을 선호하는 ‘집밥’ 트렌드가 한우선물세트 선호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설에도 직접 방문하는 대신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프리미엄 선물 수요가 증가했고, 특히 한우선물세트 매출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8~21일 롯데백화점의 설선물세트 본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축산이 전년 대비 170%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구이용의 인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자 업계는 아예 구이용 선물세트 구성을 늘리는 분위기다.
지난 명절 판매 추이를 보면 이마트 한우선물세트 매출 중 등심·채끝 등 구이용 부위가 주력인 냉장한우선물세트 비중은 2017년 설에는 41.0%였지만 지난해 설에는 47.7%로 증가했고, 지난해 추석에는 49.2%까지 올랐다. 이에 올해 설 이마트는 냉동갈비선물세트 물량을 줄이고 대신 냉장선물세트를 늘렸다.
롯데온도 전년 설과 달리 올해 한우가 포함된 신선식품 선물세트의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구이용 상품인 ‘명절명가 NH VIP 명품 로스구이 모음’(3㎏/63만8000원), ‘명절명가 알찬구이세트 3호 ’(2㎏/25만4000원) 등을 한우 대표 상품으로 내놨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소고기 부위별 가격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소고기 부분육(㎏) 경락가 중 안심은 22일 기준 9만1751원으로, 전년 7만8037원에서 17.5% 상승했다. 구이용으로 사랑받는 채끝 부위 또한 같은 기간 8만111원에서 9만4225원으로, 17.6% 올랐다. 반면 갈비는 1만3822원에서 올해 1만3333원으로,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직원들이 구이용 한우 선물세트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
업계 관계자는 “갈비는 숯불 등에 구워먹는 외식업종 수요가 많은데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더욱 위축됐다”며 “높은 수요가 가격을 밀어올린 구이용 부위의 가격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우 한 마리 도축 시 나오는 인기 부위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축산업계의 시름도 깊어간다. 갈비뿐만 아니라 한우 비인기 부위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면 이의 관리비용이 늘어나 전반적인 한우 가격은 더욱 상승하게 돼 소비자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한우 부위별 소비 양극화 현상에 도움이 되고자 한우 부산물로 개발한 상품까지 내놨다. GS리테일은 한우 구이용이 인기를 끄는 데 반해 양·우족·사골 등 한우 부산물 소비는 지속 감소 추세라는 점에 착안해 한우 양(소 위)과 한우 사골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양곰탕을 최근 개발했다.
권민균 GS리테일 가공식품 MD는 “전국한우협회와 손잡고 이번 소비촉진 활동에 나서게 됐고, 상품 기획력을 발휘해 한우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한 차별화 메뉴를 지속 개발해 선보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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