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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 바꾸는’ 정용진…이마트, SK와이번스 인수 진짜 이유는? [언박싱]
신세계 그룹이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 제공]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를 강조하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또 한 번 판을 바꾸는 실험에 나섰다. 화성 국제테마파크에 이어 이번엔 생뚱맞은(?) 야구장이다. “야구장과 놀이공원도 신세계그룹의 경쟁자”라고 말했던 정 부회장이 결국 야구장과 테마파크까지 품으며 큰 판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 실험 무대는 야구장…정용진표 실험의 완성판 되나

26일 이마트는 SK텔레콤과 ‘SK와이번스 매각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금액은 1352억원이다.

거래 대상은 SK와이번스 보통주식 100만주(지분100%)와 SK와이번스가 소유 중인 소유 토지 및 건물이다. 인수 가격 중 주식이 1000억원, 야구연습장 등 토지·건물이 352억8000만원이다. 본계약 체결일은 다음달 23일이다.

이번 인수에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신세계그룹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통해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보여줬고, 화성 국제테마파크도 추진 중이다.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쇼핑 등 소비자들이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실험을 아끼지 않은 정 부회장의 다음 실험 무대가 야구장이 된 것.

정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새로운 시각을 강조하며 “지금은 망원경이 아닌 만화경으로 미래를 봐야 할 시기”라고 표현했다. ‘늘 새로운 신세계’로 남으려면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게 유연한 조직 문화도 강조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옮겨가면서 오프라인 유통이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는 생존이 힘들다는 점도 이번 인수의 뒷배경이다. 야구장이 새로운 무대가 되면 신세계는 젊은 야구팬들과 가족 단위 관람객의 일상에 보다 깊숙하게 파고듦으로써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연합]

인천SK행복드림구장 어떻게 바뀌나…한국판 ‘라쿠텐’?

당장 업계에서는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신세계의 계열사 매장이 입점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하는 새로운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SK는 스포테인먼트 마케팅을 강조하며 이마트와 손을 잡고 ‘이마트 프렌들리존’, 바비큐를 구워 먹으며 야구를 볼 수 있는 ‘이마트 바비큐존’을 선보였고, 2019년에는 구장 내 ‘스카이박스’ 2곳을 이마트 브랜드룸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신세계그룹은 야구장 내 다양한 체험형 공간 마련을 통해 이미지 제고와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이며,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가까운 예로 일본의 최대 온라인상거래업체 라쿠텐의 행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 세계 프로 스프츠에도 적극 진출한 라쿠텐은 야구단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가지고 있으며, 홈구장의 외야 전광판 뒤편 공간에 ‘스마일 글리코 파크’라는 대규모 놀이동산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야구장 뒤편으로 대관람차가 보이며, 어린이 놀이시설도 갖췄다. 지난해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한술 더 떠 아예 야구장 안에 숙박시설도 지었다. 숙박시설의 전용 정원 또는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경기를 볼 수도 있고, 경기가 없을 때도 숙박시설 이용은 가능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부)는 “미래학자들은 주 4일 근무로 넘어갈 것으로 보는데, 여유시간이 늘면 사람들이 온라인 활동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온·오프라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야구장 같은 야외 활동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며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싸움에서 좋은 포트폴리오로 성공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신규고객을 더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야구단 멤버십을 충성고객으로 끌어오는 전략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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