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환경보호’ 때문이라면 적어도 선택권은 줬어야지. 결국 내 돈만 더 쓰게 됐잖아.”
오랫동안 ‘아이폰’을 이용하던 지인이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21’로 스마트폰을 바꾼 후 볼멘소리로 말했다. 2만5000원 상당의 충전기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상반기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21’을 정식 출시한다. 공개 전부터 떠돌던 ‘충전기 제외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기본 구성품에서 유선이어폰과 충전기 어댑터가 사라졌다. 삼성 측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꼽았다. 패트릭 쇼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CX실장(부사장)은 기존 액세서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분위기를 촉진하기 위해 유선이어폰과 충전기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또 갤럭시S21 사용자들의 불편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부터 표준 USB-C 포트를 채택하고 있어 기존 충전기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냉랭하다. 마니아층이 두꺼운 애플 ‘아이폰12’도 충전기를 제외한 후 고객 부담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네이버 ‘쇼핑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일 네이버쇼핑에서의 ‘아이폰 충전기’ 검색은 최근 1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은 아이폰12와 아이폰12 프로가 정식 출시된 직후다. 이날 검색량은 지난해 9월 아이폰11이 출시됐을 때보다도 훨씬 높았다.
클릭 수 증가는 실제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즉 충전기 없는 아이폰12가 출시된 후 네이버쇼핑에서 아이폰 충전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의 논리처럼 ‘진짜’ 환경보호를 위해서라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줬어야 한다. 충전기가 필요한 구매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옵션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 신형 플래그십폰 ‘미11’에 충전기를 제외했던 샤오미는 충전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에 한해 무상 충전기를 제공했다. 첫날 판매된 전체 35만대 중 무려 94%(33만대)의 소비자가 충전기 포함을 선택했다. 충전기를 포함하지 않은 제품은 6%(2만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엇박자 마케팅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 10월 아이폰12가 충전기를 제외하자 삼성전자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을 제공한다. 가장 기본적인 충전기부터 최고의 카메라, 성능, 메모리, 심지어 120㎐ 화면까지”라며 애플을 저격했다.
그러나 갤럭시S21도 충전기를 제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글은 삭제됐다. 자신이 조롱하던 경쟁사 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소비자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보호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제조사들의 ‘충전기 빼기’ 트렌드는 비용절감, 액세서리 매출증대를 위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샤오미 사례처럼 다수의 소비자는 여전히 충전기를 원한다. ‘환경 생각’보다는 고객이 실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고객 생각’이 더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