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입주를 시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 주출입구. [현대건설 제공]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주부 A(45)씨는 ‘래미안 신규 아파트 클럽’ 회원이다. 이 클럽은 다름 아닌 근처에 있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운영한다. A씨는 “무료주차나 음료쿠폰은 물론, 할인 혜택도 크다”며 “아파트 브랜드별로 관리가 돼 소속감도 큰 편”이라고 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오프라인 매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백화점이 인근 주민과 직장인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개 주소와 명함 인증을 통해 가입하는 방식으로 지역 커뮤니티 역할을 하면서 신규 고객 유입은 물론 매출 증대 효과도 톡톡히 내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최근 ‘클럽’ 서비스 이용고객을 분석한 결과, 가입고객의 총 구매액이 클럽 미운영 기간 대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객단가도 일반고객 대비 평균 3.5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백화점 ‘클럽’은 점포별로 해당 지역의 특성과 고객 소비 패턴을 고려해 신축 아파트 입주자, 키즈맘, 펫팸족, 오피스족 등 특정 고객군을 중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서비스다. 최초 운영 시 23개의 클럽으로 시작해 현재 200여개의 클럽을 운영 중이다.
최근 백화점이 인근 지역 손님 모시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장 방문 자체가 줄어들면서, 일단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오프라인 구매 건수는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35.3% 감소했다. 이는 전체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구매 건수 감소율 14.6%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그러나 백화점의 오프라인 구매단가는 같은 기간 28.5% 증가하며 오프라인 유통매장 중 가장 높은 증감률을 보였다. 즉, 백화점에 가는 횟수는 적지만 한 번 가면 예전보다 돈을 더 많이 쓴다는 것.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 본점이 주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을지로 서식남녀’ 등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최근 롯데백화점이 공들이고 있는 것은 신축 아파트 입주민이다. 이사로 홈인테리어 등의 수요가 많고, 신규 고객 확보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대개 문화센터 원데이클래스 무료수강권, 무료주차권, 커피쿠폰 등을 증정한다.
강남점을 예로 들면 인근 신규 아파트인 래미안 블레스티지·포레스트·리더스원·라클래시 등의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래미안 신규 APT클럽’을 운영하며, ‘THE H’ 아파트 입주고객을 대상으로 ‘디에이치클럽’ 등을 운영한다. 잠실점은 헬리오시티, 고덕그라시움, 거여e편한세상 등이 대상이다.
[롯데백화점 지역 멤버십 화면 캡처] |
지역별 특성에 맞춘 멤버십의 효과는 실제 효과로도 증명됐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학부모클럽’은 인근 초·중·고교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클럽으로, 학원과 연계한 입시설명회와 수강료 할인 등 특별 혜택을 제공해 입소문을 타 가입자 중 점포 신규 고객의 비중은 약 35%에 달한다. 점포 기존 고객의 매출도 가입 전 기간 대비 120% 늘었다.
현대백화점이 근처 직장인 고객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눈에 띈다. 2030세대 VIP를 겨냥한 ‘클럽 YP’를 내놓는 등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 중인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첫선을 보인 직장인 멤버십 ‘클럽프렌즈’의 운영을 지난달부터 전국 15개 점포로 확대했다.
클럽프렌즈에 가입하려면 백화점 점포 인근 회사에 재직 중인 사실을 명함으로 인증해야 한다. 지난해 4~6월 무역센터점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했는데, 당시 3개월 만에 가입자 수 6000여명에 달하는 등 테헤란로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지난해 7월부터 무역센터점·판교점·디큐브시티·대구점·울산점 등 전국 5개 점포에서 먼저 시작한 뒤 올해 전국 확대에 나선 것이다. 가입고객에게는 식음료(F&B)매장 할인쿠폰 증정 등을 통해 매장 방문을 유도하고, 포인트 적립 혜택을 늘려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 직장인 멤버십 '클럽프렌즈'. |
업계에서는 금액 위주의 VIP멤버십에만 치중하던 백화점이 고객 유입 효과를 위해서라도 지역별·취미별·연령별 다양한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롯데백화점이 일명 ‘빵순이’ ‘빵돌이’들을 겨냥한 대전점의 ‘성심당 클럽’은 가입고객 수가 5000여명으로, 단일 점포 클럽 중에 가장 많다. 신세계백화점은 다달이 5만원을 내면 매장을 방문해 빵 1개를 받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도 운용 중이다.
김철관 롯데백화점 데이터인텔리전스팀장은 “최근 소비 트렌드가 초개인화되며 마케팅 전략도 개인 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점포에 특화된 신규 클럽을 지속해 선보이고, 고객 의견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클럽 서비스를 강화·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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