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정책에 부글부글…코카콜라·백산수는 ‘탈로켓’
쿠팡 물류센터.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쿠팡 앱에서 쿠팡 자사 브랜드 (PB) 생수 ‘탐사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수 상품에는 갈색 로켓 모양 ‘+2일’ 표시가 붙어 있다. 배송까지 2일 이상 걸리는 상품이란 뜻이다. 해당 생수들은 쿠친(쿠팡맨)이 직접 배달하지 않고 일반 택배로 배송된다. 쿠팡이 직접 상품을 구매(매입)해 빠른 배송을 보장하는 기존 로켓배송 상품과 다르다.
이를 두고 생수 업계에서는 ‘로켓’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평가한다. 빠른 배송을 위해 쿠팡에 최저가로 상품을 제공했음에도 일반배송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쿠팡에서 판매 중인 생수 제품들 (판매량 순으로 정렬) . 왼쪽은 판매 1위 제품인 쿠팡 자체 브랜드(PB) 탐사수. [사진출처=쿠팡 앱] |
4일 음료업계에 따르면 쿠팡에서 로켓 제품으로 지정된 생수 2ℓ 묶음 상품의 대부분은 일반 택배사를 통해 배송된다.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제주 삼다수,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부터 네슬레 퓨어라이프 등이 ‘+2’ 상품으로 지정됐다.
갈색 로고가 붙는 ‘+2 로켓배송’은 쿠팡맨 배달도 아니고, 익일배송도 아니다. 쿠팡과 계약한 출고지에서 일반택배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기존 로켓배송과 다른 방식으로 배송하는 것이다. 쿠팡 사이트에 등록된 로켓배송 설명에는 “2014년 쿠팡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직접배송·익일배송 서비스”라며 “자체 물류 인프라와 수천 명에 달하는 배송직원인 쿠팡맨 전원을 직접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쿠팡은 무게가 나가는 생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일정 무게가 나가는 제품은 쿠팡맨에게 부담이 있어 택배사를 통해 배달한다”고 말했다. 실제 생수 2ℓ 제품의 평균 무게는 약 2㎏로, 6개 묶음 제품은 약 12㎏에 달한다.
하지만 생수 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쿠팡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접 배송을 포기했다는 것다. 생수는 유통업계에서 출고가가 낮은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업체는 쿠팡맨 배달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택배사를 통해 배달해야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생수를 납품하는 A 업체 관계자는 “마진을 더 남기기 위해 내린 조치에 가깝다”며 “매입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업체는 권한이 없고, 쿠팡쪽이 구매 파워가 있으니 그냥 받아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쿠팡 자체 브랜드(PB) ‘탐사수’ 2ℓ 상품 묶음 제품은 로켓배송이 가능하다. 이 점에 대해 “자사 제품은 쿠팡맨이 배달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는 최저가 납품에도 불구하고 자사 제품의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한다. 하지만 자사 제품 노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쿠팡에 끌려다닌다는 입장이다. 로켓제품을 우선 배치하는 쿠팡 앱 특성상 직매입 제품이 아닐 경우 판매가 쉽지 않다는 거다.
쿠팡에 최저가로 제품을 제공하는 직매입 방식은 이전부터 갈등에 휩싸였다. 일부 업체는 최저가 납품 등에 대한 반발로 쿠팡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도 한다. ‘백산수’ 생수를 판매하는 농심은 지난해부터 쿠팡에 납품을 중단한 상황이다.
코카콜라의 국내 생산·판매를 담당하는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쿠팡이 최저가 납품을 강요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서울사무소에서 본부로 이관된 해당 사건은 유통거래과가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현재 LG생활건강은 음료제품과 생활용품을 쿠팡에 공급하고 있지 않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공정위에 신고된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며 “쿠팡에서는 LG생활건강 제품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