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쿠팡 본사.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에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그간 누적적자에도 불구하고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던 쿠팡은 오는 4월 전후로 상장을 통해 실탄을 확보한 뒤 국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쿠팡 상장 외에도 e커머스업계는 이베이코리아아의 매각, 11번가와 티몬의 상장, 네이버 커머스의 약진 등 이슈가 즐비하다. 쿠팡의 수조원대 추가 투자로 한층 더 치열해질 전쟁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유통가와 IT업계를 넘나드는 합종연횡 모색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캡처] |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1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쿠팡이 상장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힌 자금 규모는 최소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로 실제 얼마가 될지는 향후 공모가와 신주 발행 규모에 달려있다.
월스트리저널(WSJ)등 주요 외신은 쿠팡의 평가가치가 500억달러(5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상장 기업 사례를 볼 때 쿠팡의 조달액 규모는 최소 수조원대가 될 전망이다.
관건은 이 자금을 어디다 쓸 것이냐로,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클래스B 주식을 갖는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창업자 레터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배송의 경쟁력이다. 쿠팡은 이번 신청서에서 로켓배송, 새벽배송, 로켓프레시(신석식품)로 이어지는 경쟁력 강화 과정을 특히 강조했다.
향후에도 쿠팡은 기술과 물류인프라의 결합을 통한 성장 전략을 고수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향후 서울 외 지역의 인프라와 일자리 확충에 수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한국 인구의 70%는 쿠팡 물류센터의 7마일(11㎞) 내에 산다. 쿠팡은 현재 10여개인 대규모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센터를 7개 정도 더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쿠팡은 “우리의 제공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 계획도 항상 탐구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신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아마존의 핵심사업이 클라우드인 것처럼 쿠팡은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를 암시하는 상표권을 출원한 상태다. 와우 멤버십으로 고객 락인(Lock in·자물쇠)을 강화한 쿠팡은 배달서비스인 쿠팡이츠,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 등을 내놓는 등 추가 서비스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캡처] |
쿠팡의 상장은 국내 e커머스업계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재평가와 함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통적인 e커머스업체들 외에 롯데(롯데온), 신세계(쓱닷컴)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앞다퉈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고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IT 강자들이 커머스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2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에 대한 가치평가는 네이버, 쓱닷컴 등 국내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이슈”라며 “쿠팡의 상장기업 가치 과련 평가방식을 쓱닷컴에 적용할 경우 산출 가능한 쓱닷컴 기업 가치는 6조2000억원~12조1000억원 수준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쿠팡의 대규모 투자에 맞서 ‘연합군’이 어떤 방식으로 등장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먼저 매각을 공식화한 이베이코리아가 누구 품에 안길지가 주요 변수다.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은 5조원대로 추정된다. 매각 규모를 볼 때 사실상 대형 사모펀드나 유통 대기업이 아니면 인수가 힘들다. 만약 롯데나 신세계 같은 대기업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 온라인쇼핑시장의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쿠팡이 직매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네이버와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 구조다. 쿠팡 급성장의 배경이 된 물류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투자보다는 네이버가 지난해 CJ그룹과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제휴 관계를 맺고, 본격적인 풀필먼트 사업 추진에 나선 것과 같은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신세계그룹도 최근 정용진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과 만나 양사의 연대 방안을 모색했다. 또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았으며, GS리테일은 오는 7월 GS홈쇼핑과의 합병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업계의 성장이 몇년은 앞당겨진 상태로, 더 커진 판에서 상위권 사업자들의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도 관심사지만, 앞으로 어떤 기업들끼리 손을 잡을지 ‘깜짝뉴스’들도 줄줄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