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7일 롯데온 전략을 설명하는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연합]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의 부진에 책임을 지고 조영제(사진)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대표)이 사임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성장이 가속화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는 최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장 교체가 빈번해진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내부 유통 전문가 대신 외부 인력 수혈 사례도 잦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롯데에 따르면 조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이달말 사임한다.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
조 대표는 지난해 4월 출범한 롯데온 사업을 이끌어왔다. 이번 사의표명은 롯데온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의미로,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질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온은 롯데의 백화점과 마트, 슈퍼, 닷컴, 롭스, 홈쇼핑, 하이마트 등 7개사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한 것이다. 그러나 불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시스템 불안으로 초기 평가가 좋지 못했고 이후에도 고객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출범 당시 온·오프라인 고객 데이터 통합과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통합몰 출범에도 계열사 간 기존 온라인몰이 계속 따로 운영되며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 효과도 미흡했다.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경쟁사인 신세계 SSG닷컴의 성장세와 비교해도 크게 부진하다. SSG닷컴은 지난해 총거래금액이 37% 증가한 3조9236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22% 더 늘어난 4조8000억원이 목표다.
롯데온 캐릭터.[롯데쇼핑 제공] |
이에 이번 인사를 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혁신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올초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롯데온 전신인 롯데닷컴은 1996년 국내 최초 온라인 종합쇼핑몰로 출범했다.
롯데는 조 대표의 후임을 외부에서 영입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온을 이른 시일 안에 안정적인 궤도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 변화가 빨라지면서, 과거와 달리 IT나 컨설팅 등 외부의 혁신적 인사에 열린 분위기”라며 “특히 이마트가 컨설팅업계 출신을 외부 출신 첫 대표로 데려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보고 더욱 그런 분위기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소비재 유통부문 파트너로 일하다 외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19년 10월 이마트의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강희석 대표는 지난해 정기인사 이후 SSG닷컴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롯데온 대표의 갑작스러운 교체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는 최근 장기 집권하던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업체별로 성장성과 경쟁력이 극명하게 갈린 점이 CEO 교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는 임기 3년 3개월만인 지난달 사임한 상태다. 임 대표는 사임 이유로 ‘개인적인 일신상의 이유’라고 공개했지만,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저조한 실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최고경영자)인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임기 3년 3개월만인 지난달 중순 퇴임했다.[홈플러스 제공] |
임 대표는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 엑스고그룹에서 CFO로 일한 재무통으로 홈플러스와도 2015년 11월 재무부문장(CFO, 부사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임 대표는 재무통답게 마트업계가 당면한 과제를 풀기 위해 임기 동안 오프라인 대형마트 중심의 홈플러스를 온라인과 융합하는 ‘올라인(All-Line)’ 전략을 강조해왔으나 경쟁사에 비해 온라인 전환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홈플러스는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53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도에 비해 매출은 4.9%, 영업이익은 38.3%나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조만간 후임 대표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을 앞둔 이베이코리아도 지난달 이베이재팬 사업을 이끌던 전항일 사장을 변광윤 사장 후임으로 선임했다. 변 전임 사장은 지난 2000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 2013년 대표로 취임 후 8년간 이베이코리아를 이끌어왔다. 흑자를 이어가며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경질성 인사는 아니라는 설명이었지만, 국내외 경험이 풍부한 전 사장의 선임으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위메프는 이달 초 하송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박은상 전 대표의 건강 상 이유로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하 부사장의 직무대행 체제를 종료한 것. 박 전 대표는 8년간 위메프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 출발했던 쿠팡의 비약적인 성장과 비교하면 위메프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적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CEO가 교체된 곳들이 표면적으로는 개인적 사의표명으로 경질성 인사에 선을 긋고 있지만 내부에서조차 다른 시각이 있다”며 “‘오비이락’식 해석은 경계해야겠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 차원의 인사가 이뤄지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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