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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 주부 A씨는 음식물쓰레기 비닐봉투도 생분해가 되는 재질로 사용하고 분리수거도 철저히 하는 편이다. A씨는 “친환경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플라스틱 재질도 제각각이라 정말 재활용이 잘되고 있는 것인지는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친환경 용품 소비는 쉬워졌지만 여전히 완전한 친환경까지는 갈 길이 먼 것이 우리 현실이다. 친환경 제품 생산과 홍보에만 그친다면 자칫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유통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친환경 소재는 생분해 플라스틱 PLA(Poly Lactic Acid)다. 친환경 성분이 일부 들어간 제품을 앞세워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것과 달리 PLA는 소재 자체로만 보면 친환경 소재가 맞다. 특히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의 전분을 이용해 만들어진 PLA는 비닐봉투, 빨대 등 이미 일상생활 깊숙히 들어와있다.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편의점업계의 경우 CU는 지난해 말 전국 직영점에 시범 도입했던 친환경 PLA 봉투를 올해 4월부터 전국 모든 점포로 확대 운영하고, 간편식 용기에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GS25는 지난달 25일부터 판매하는 33종의 파우치 음료 구매 시 증정하는 빨대를 전량 PLA 소재로 교체했다.
[녹색연합 제공] |
생분해 소재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시민단체 녹색연합이 지난해 10월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시민 1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은 생분해 플라스틱이 친환경이라고 생각했다. 친환경이라고 생각하는 가장 많은 이유(42%)는 퇴비화였고, 자연성분원료라서 라는 대답이 17%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생분해 플라스틱의 처리지침은 종량제봉투 처리이며, 종량제 봉투는 절반이상이 소각된다. 녹색연합이 내놓은 ‘생분해 플라스틱의 오해와 진실’ 보고서에 따르면 종량제 봉투의 소각비율은 전국 52%, 서울 71%에 이른다.
즉 땅에 묻혀서 자연분해되고, 퇴비화가 된다고 생각하며 사용했지만 실상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소각되는 운명인 것이다. 또한 매립된다고 할지라도 국내 일반 매립지가 퇴비화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연합 측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생분해가 되기 때문에 괜찮은 포장재’가 아니라 불필요한 포장재는 만들지 말아야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대체체가 아니다”라며 “실제 생분해조건으로 처리되지 못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친환경성을 반영한 처리 정책을 수립하지 못한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착 빨대를 없앤 음료처럼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작은 부분이지만, 하나씩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예를 들어 대부분의 세제, 샴푸 등의 리필 파우치에는 사용 편의성과 보관을 위해 플라스틱캡 (스파우트캡)이 달려있다. 플라스틱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재활용도 어렵다. 이에 롯데마트는 플라스틱캡을 제거하고 손으로 찢어서 쓸 수 있는 파우치 세제를 최근 내놓기도 했다.
18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주방세제 판매대에 플라스틱 뚜껑을 사용하지 않은 세제 리필 파우치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이 상품은 중소기업 '무궁화'와 롯데마트가 협업해 개발한 것으로, 파우치 상단에는 플라스틱 뚜껑 대신 손으로 찢을 수 있는 절취선이 있다. [연합] |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업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아직 미흡한 면이 있다”며 “정부, 소비자와 함께 바꿔나갈 수 있도록 환경 캠페인에 더 힘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친환경을 위해서는 단순히 친환경 물품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후 처리 단계까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공동주택에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의무화되면서 이에 따른 상품을 발빠르게 내놓고 있는 것도 좋은 예다.
편의점 CU가 자체 브랜드(PB)인 '헤이루'(HEYROO) 생수 용기를 라벨이 없는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했다. 사진은 CU 자체브랜드 생수를 든 직원. [CU 제공] |
유통가에서는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을 위해, 무(無)라벨 생수병이 이미 대세로 떠올랐다. 최근 농심, 동원에프엔비, 로터스, 롯데칠성음료, 산수음료, 스파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코카콜라음료, 풀무원샘물, 하이트진로음료 등 10개 먹는샘물 제조업체는 올해 말까지 출시되는 생수 제품 20% 이상을 상표띠 없는 투명 페트병으로 전환하기로 환경부와 협약을 맺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PB 상품도 무라벨 생수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GS리테일은 블랙야크와 손잡고 무라벨 투명 생수 페트병으로 만든 의류를 다시 편의점에서 판매한다. 이를 위해 오프라인 점포에 투명 페트병 전용 수거함을 점차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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