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장서 알리바바 수준 기업가치 인정
장기적 고객 가치창출에 전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NYSE 제공]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한국인들의 창의성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우리가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작은 일부가 된 것이 너무나 흥분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화려한 데뷔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한 말이다.
2010년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작은 ‘소셜커머스’ 업체로 이커머스 시장에 발을 들여 놓은 쿠팡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은 시가총액 ‘빅 3’ 기업으로 퀀텀 점프에 성공했다.
야후 파이넌스에 따르면 쿠팡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886억5000만 달러(한화 약 100조4000억원)에 달한다. 쿠팡이 이번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금액만 45억5000만 달러(약 5조1678억원)에 이른다.
쿠팡은 이로써 뉴욕 증시에서 올 들어 가장 큰 규모의 IPO로 기록됐다. 아시아 기업으로서도 지난 2014년 알리바바 상장 이후 7년 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IPO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이를 두고 ‘몬스터 IPO’라고 칭했을 정도다.
뉴욕 증시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하자 김 의장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김 의장은 이날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960년 한국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 79달러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지만, 오늘날은 세계 10대 경제체”라며 “한국인들의 창의성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고, 우리가 이런 놀라운 이야기의 작은 부분이 될 수 있다는 데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흥분은 각종 숫자에서도 읽혀진다. 쿠팡이 이번 상장으로 인정받은 PSR(주가매출비율)은 5.4배로, 아마존(3.4배)보다 높고 알리바바(5.4배)와 유사한 수준이다. 쿠팡이 세계 유수의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국내 e커머스시장 역시 글로벌 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 것이다.
김 의장도 이날 뉴욕 현지에서 열린 특파원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국의 e커머스 시장 규모가 530조원이 넘는다”며 “상장 과정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 부분은 한국 시장의 규모와 가능성, 그리고 혁신 DNA를 알릴 좋은 기회였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쿠팡의 상장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고객과 주주들을 위한 진정한 가치를 구축하려는 장기적 전략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며 “새벽 배송 같은 혁신에 계속 투자하고, 한국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 투자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비상장기업이었을 때처럼 고객에 집착하고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전념하며 단기적인 일에는 영원히 신경을 안 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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