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후로 높아진 몸값은 부담
[카카오커머스 제공]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카카오는 왜 막판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했을까. 지난 16일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카카오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의 소셜 기반 커머스(관계형 커머스)와 이커머스 간 결합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과 함께 쿠팡 미국 상장 후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부담을 느꼈다는 의견도 나온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예비입찰 불참 선언 전까지 이베이코리아의 강력한 인수 후보였다. 카카오커머스가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나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아직 규모가 작은 편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카카오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매출 5735억원, 당기순이익 1233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로 꼽히는 네이버와 비교했을 때는 거래액이나 실적이 낮은 편이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1조89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거래액은 20조9249억원을 기록해 업계 1위로 등극했다.
하지만 인수 불참을 결정한데는 자사의 소셜 기반 커머스와 인수 간의 시너지가 적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커머스의 실적을 견인하는 건 카카오톡과 연계한 선물하기 서비스다. 201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후발주자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최근 연간 3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도 52%의 무난한 성장세를 보였다. 정가 위주로 판매되는 선물하기 서비스는 최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네이버나 쿠팡에 비해 마진율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는 카카오에게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경제학과 교수(유통학회장)는 “경쟁력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오픈 마켓처럼 기존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보다는 카카오에 특화된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시장을 공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일단은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를 보고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카카오는 오픈 마켓과 협력을 맺었으나 시너지를 내진 못했다. 카카오는 SK텔레콤의 11번가와 함께 미래 사업협력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고, 일부 카카오톡 사용자에게 11번가로 연결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현재 중단한 상태다.
[연합뉴스] |
최근 쿠팡 미국 상장 여파로 높아진 이커머스 기업 몸값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란 분석도 있다. 사업 시너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5조원을 줘가며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향후 카카오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커머스 인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커머스가 관계형 커머스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커머스와 결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커머스는 네이버, 쿠팡과 달리 신석식품이 취약하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신세계와 손을 잡으면서 현재보다 신선식품 배달 경쟁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관련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카카오커머스는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톡스토어·톡딜을 통해 일반 사업자 판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9일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전면에 쇼핑탭을 배치해 이커머스 부문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최근 커머스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가 가격 경쟁력, 물류 최적화 두 가지라면, 카카오커머스는 상품군을 다양화해 이용자 저변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며 다른 색깔을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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