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작황 나쁜데다 올해는 전염병까지
5월까지 국내산 과일 ‘가격 강세’ 이어질듯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서울 연희동에 사는 주부 A씨(40)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과일 코너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사과를 사려고 가격을 봤는데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A씨는 날이 풀려도 아직 구매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을 만큼 과일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의아했다. 10개 들이 사과 꾸러미를 몇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던 A씨는 토마토를 세일한다는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는 발길을 옮겼다.
한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하면서 봄 기운이 완연해졌지만, 과일 가격은 추운 동절기만큼이나 높아 주부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긴 장마와 태풍 등으로 과일 작황이 나쁜 탓에 출하량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과수 전염병이 돌면서 재배면적 마저 줄어 당분간 과일 가격의 고공행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고객들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다. [홈프러스 제공] |
7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6일 현재 사과(후지/상품) 10개 들이 소매가는 3만4640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만290원)보다 70.7% 높은 수준이다. 평년 가격(1만9467원)보다는 77.9%나 비싸다.
배 역시 가격이 많이 올랐다. 배(신고/상품) 10개 들이 소매가는 4만701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2068원)보다 46.6%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평년 가격(3만2726원)보다도 43.7% 비싸다. 참외(상품 10개 기준)도 2만8136원으로, 전년 동기(2만6765원) 대비 5.1% 올랐고, 감귤(상품 10개, 6922원)은 한 달 전(2829원) 보다도 2.4배 급등했다.
이처럼 과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지난해 긴 장마와 늦은 태풍 등으로 과일 작황이 나빴던 점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오는 사과나 배 등 대표 과일의 출하량 자체가 적다 보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고객이 참외를 고르고 있다. [이마트 제공] |
문제는 이같은 과일 가격의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날씨에 큰 영향을 받았던 과일 농사가 올해는 과수화상병이라는 복병을 만나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과수화상병은 식물의 잎·꽃·가지·줄기·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과 같이 검게 마르는 전염병으로, 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할 때 전파 속도가 빠르다. 이 병은 현재까지 명확한 치료 방법이 없어 한 그루라도 이 병에 걸리면 과수원 전체를 폐원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농촌연구원이 지난 6일 발행한 ‘과일 농업관측정보’에 따르면, 사과와 배의 4월 출하량이 각각 34%와 39% 줄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부터 이미 사과(후지)의 경우 48%, 배는 77% 오른 상황에서 4월 출하량 마저 감소해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이 5월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과와 배 가격이 오르면 대체제인 참외 역시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참외는 이 시기에 출하량이 크게 늘어나는데도 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포도를 제외한 올해 주요 과일들의 재배면적이 과수 전염병 및 농가의 노령화 등의 원인으로 줄어들 전망”이라며 “다만 키위나 망고, 아보카도 등 수입 과일은 작황호조로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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