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따라 유동성 흔들릴 수
차익실현 ‘방아쇠’ 경계해야
주식 장기투자 나쁘지 않아
18세기 영국 남해회사(Southsea Co.) 주식은 ‘버블’의 교과서적 사례다. 노예독점무역권으로 탄생한 남해회사는 본업보다는 복권발행과 이를 바탕으로 주식을 발행해 부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돈을 모았다. 남해회사 사건은 일반 대중에게 자금 조달을 하는 사업 형태는 정당한 제3자에 의한 회계 기록의 평가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공인회계사 제도와 회계감사 제도를 탄생시킨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주당 200파운드 미만에 이 회사 주식을 매입해 350파운드에 팔아 2만 파운드의 수익을 봤다. 차익실현 후에도 주가가 계속 오르자 뉴턴은 주당 700파운드에 거의 전 재산을 투자했고 주가는 800파운드까지 올랐다. 하지만 회사 내부자들의 주식매도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는 한 달 만에 200파운드까지 급락한다. 비슷한 시기 영국의 출판업자인 토마스 가이는 남해회사 주식에서 한 차례 큰 차익을 얻은 후, 수익금을 국채와 동인도회사에 나눠 투자한다. 오늘날 영국 가이 병원(Guy’s Hospital)의 재원이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한 번 쯤은 가상자산 얘기를 한다. 계속 값이 오르기만 하니 지금이라도 사도 되는지, 주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11일 JP모건은 최근 소액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가상자산 가격의 상승세가 ‘거품’이 최고조였던 2017년 말을 떠올리게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블룸버그도 한 주식 분석회사(StockCharts.com)를 인용, 4000달러 선에서 이더리움 가격이 조정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파생상품거래소(Delta Exchange)가 비트코인 가격이 5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 6만4000달러가 단기 정점일 수 있다고 평가한 소식도 보도했다. 이 회사는 5만 달러 아래로까지 조정을 받아 4만 달러선이 지지선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오랜 시장 데이터가 축적된 게 아니어서 차트분석의 신뢰도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아무리 새로운 형태의 자산이어도 ‘시장’의 기본법칙은 유효하다.
‘사자’가 더 많으면 값이 오른다. 반대로 ‘팔자’가 더 많으면 값은 떨어진다. 일단 가격이 정점을 지나게 되면 먼저 팔수록 유리하다. “값이 떨어지니 더 팔자”는 심리가 번지면 가격은 급락한다. 이 때 지지선 역할을 해주는 게 내재가치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이른바 공모펀드 열풍 때를 보자. 엄청난 돈이 펀드로 유입됐고, 이 자금이 주식을 사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로 외국인이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하락하자, 투매가 벌어지면서 상당한 투자자들이 낭패를 봤다.
교과서적으로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기초자산의 내재가치와 시장가치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돈을 넣겠다면 내재가치에 대한 각자의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기관들이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내놓는 이유는 뭘까? 가상자산 자체가 돈이 된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가상자산으로 돈이 몰리니 이를 돈 벌이 기회로 활용하려는 지는 구분해서 따질 필요가 있다. 일찌감치 가상자산에 돈을 넣어 뒀다면, 더 많은 돈이 유입돼 값이 오르기를 바랄 게 뻔하다. 선행투자자의 수익은 후행투자자의 투자금에 기반한다.
지금 가상자산 열풍을 보면 앞으로 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한 고민 보다는 값이 얼마나 더 오를 지에만 관심이 쏠리
는 듯 하다. 사실 코스피도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인플레 우려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경기 개선에 따른 진통이라면 고통스런 수준까지는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향후 1~2년 내 코스피가 4000까지 간다는 전망에 동의한다면 지수 투자만으로 지금보다 3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다면 기대 수익을 2배로 높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