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와인 싸게 사려고 ‘오픈런’
롯데마트 와인행사 매출 40% ↑
고객들이 13일 와인행사에 참여하고자 이마트 용산점 앞에서 매장 오픈 2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있다. [김빛나 기자]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13일 오전 8시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 앞. 매장 오픈 2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지하 1층 입구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부터 시작하는 ‘이마트 와인장터’를 기다리기 위해서다.
“연차 내고 샤또 무똥 로칠드 사러 왔습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석현(35,가명)씨는 ‘최애 와인’을 사수하기 위헤 새벽 6시부터 집을 나섰다고 한다. 이날 1등으로 도착했다는 서인영(67, 가명)씨도 “아들이 새벽 2시부터 줄 서 있었고, 출근을 해야 해서 나랑 교대했다”고 말했다.
이날 용산점뿐만 아니라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 ‘A급 매장’ 으로 불리는 다른 매장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마트 성수점에는 전날 오후 10시부터 줄을 선 사람이 있을 정도로 ‘오픈런’ 열기가 뜨거웠다.
대형마트에서 연례행사로 진행하는 ‘와인장터’ 열기가 뜨겁다. 특히 ‘고급 술’로만 불리던 와인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2030세대가 와인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마트에서는 각각 ‘가성비’, ‘프리미엄’ 와인을 강화하면서 와인 애호가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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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와인행사는 역대 최대규모다. 이마트는 13일부터 19일동안 정상가 대비 최대 70% 할인 판매하는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보다 20% 가량 행사 품목을 늘렸다. 앞서 지난달 와인행사를 진행한 롯데마트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의 매출을 끌어올리며 인기리에 행사를 종료하기도 했다.
대형마트에 긴 줄을 세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와인은 대형마트 주류 매출의 부동의 1위 맥주마저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와인과 맥주 구성비는 42대 58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대65와 비교했을 때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올해 와인 매출 신장률도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인기를 주도하는 건 MZ(밀레니얼+Z)세대다. 대형마트에 1만원 이하 초저가 와인이 늘면서 ‘사치스러운 술’로만 여겨지던 와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이마트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주류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40대의 와인 매출 신장률은 50%를 넘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지은수(27,가명)씨는 “연차 내고 올해 처음으로 와인장터 오픈런에 도전한다”면서 “친구들이랑 와인바도 이전보다 자주 가는 것 같고, 이전보다 와인을 많이 마시는 듯 하다”고 말했다.
13일 이마트 성수점도 오픈 전부터 와인장터 행사에 참여하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독자 제공] |
와인 열풍에 대형마트 업계는 가성비와 최고급 와인으로 이원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경우 프리미엄 와인을 집중 공략중이다. 올해 롯데마트 와인행사에선 5만원 이상 고가 와인의 매출 구성비가 60% 가까이 상승했다. 고가 와인 매출도 지난해 대비 140.5% 늘었다. 이에 롯데마트는 전국 100개 주요 점포에서 고가 와인을 포함한 와인 150여 종을 다음달까지 할인가에 판매 한다. 반면 이마트는 중저가 와인을 공략 중이다. 와인장터에 2~5만원대 중저가 와인 데일리 물량을 작년 대비 2배 늘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년 와인행사 인기가 높아지는 걸 피부로 느낀다”면서 “이제는 확실히 와인이 대중화됐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