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신규 매장 내려 매출 부진 매장 정리한 듯
면세점 “당장 타격 없어도 하늘길 열리면 타격”
루이비통 팝업매장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신소연·김빛나 기자]루이비통이 한국 시내면세점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루이비통과 3대 명품으로 자웅을 겨루는 샤넬과 에르메스 역시 철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면세시장의 위상 저하와 함께 해외여행 재개로 시장이 정상화될 경우 면세점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면세업계는 현실적으로 이들을 대체할만한 명품 브랜드가 없다 보니 퇴점을 최대한 막는다는 전략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루이비통이 최근 한국 사업을 재편하면서 시내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 매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루이비통이 입점한 시내면세점은 서울 4곳, 제주 2곳, 부산 1곳 등 총 7개점으로, 순차적으로 매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루이비통의 시내면세점 철수는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최근 루이비통은 가격 인상, 매장 축소 등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 이른바 하이엔드(고가) 명품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루이비통은 올해 제품 가격을 7번이나 올려 공분을 사긴 했지만, 브랜드 가치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1년간(2020.4~2021.4) 면세점 매출 추이 |
그간 국내 시내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다이궁은 루이비통의 고급화 전략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다이궁들이 한국 시내면세점에서 구매한 제품들은 중국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데, 면세용 물량이 일반 소매 시장에서 대규모로 유통되는 점은 명품 시장의 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시내면세점의 다이궁 매출이 9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루이비통 입장에선 굳이 이곳에 매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은 다이궁이 구매한 제품이 중국에서 불법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자신들의 브랜드 정책과 다른 고객군인 다이궁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며 “평소 이같은 불만이 있었던데다 하늘길이 막히며 시내면세점 매출이 줄어드니 이를 핑계로 매장 철수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루이비통이 한국 시내면세점 철수를 결정하면서 루이비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샤넬과 에르메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다이궁에 대한 고민은 루이비통 뿐아니라 명품 브랜드 모두의 고민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루이비통이 LVMH그룹 내 브랜드 중 하나이다 보니 펜디, 크리스찬디올 등 LVMH그룹에 속한 다른 명품 브랜드들의 시장 정책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샤넬의 경우 루이비통의 브랜드 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어느 브랜드보다 고민이 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시작으로 조만간 하늘길이 열리면 공항을 중심으로 한 면세시장이 정상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따라서 다이궁 위주의 시내면세점보다 개인 고객이 많은 공항 면세점 위주로 면세 전략을 재편할 필요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루이비통은 한국 시내면세점은 철수하지만,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매장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3년에는 제2터미널에 두 번째 매장을 여는 등 공항 매장은 오히려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시장도 한국을 통한 다이궁 물량이 아닌 자신들이 직접 중국에 매장을 내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2023년까지 중국 6개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고, 홍콩국제공항에도 두 번째 매장을 열 계획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의 면세점 정책은 LVMH그룹 명품 브랜드의 전반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며 “루이비통의 브랜드 정책에 예민한 샤넬까지 영향을 받으면 시내면세점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철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재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면세점에서 입국 절차를 마친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하고 있다. [인천공항=박해묵 기자] |
루이비통의 이같은 결정으로 국내 면세점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루이비통에 이어 다른 명품 브랜들의 이탈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면세시장의 위상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당장은 국내 면세시장이 다이궁이 주로 사는 명품 화장품 시장 위주이다 보니 영향은 적지만, 시장이 정상화되면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나 루이비통과 같은 하이엔드급 명품 브랜드를 대체할 만한 브랜드가 없는 점도 문제다. 면세점 역시 백화점처럼 3대 명품인 에·루·샤 입점 여부에 따라 모객할 수 있는 고객 수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대체 브랜드까지 없다보니 실적 하락은 불보 듯 뻔한 상황이다. 이에 면세업계는 협상을 통해 루이비통의 철수를 최대한 막는다는 방침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아직 면세업계가 다이궁이 많이 사는 명품 화장품 위주다 보니 루이비통의 철수가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면서도 “하늘길이 열려 시장이 정상화되면 루이비통이 매출의 일정 비중 이상 차지하고 있는만큼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아직 (철수를) 시작하는 단계라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브랜드와의 협상을 통해 퇴점을 최대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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