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결합한 네이버·방어하는 카카오
여전히 입장 차 큰 ‘인수 가격’은 변수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국내 유통시장의 대(大)지각 변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몸값만 5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7일 진행된다. 시장점유율 12%를 차지하고 있는 3위 기업 이베이코리아가 어느 쪽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패권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 카카오는 커머스 분야를 강화하며 독자노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기에 11번가를 운영하고 있는 SK텔레콤과 아마존의 협력, 신세계와 네이버의 컨소시엄 제휴 등 유통과 통신·플랫폼의 합종연횡도 좀더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본입찰에는 예비입찰 때 이름을 올린 유통업체들이 대부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입찰에는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홈플러스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11번가를 운영하고 있는 SK텔레콤 등이 참여했다. 본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이날 낮 12시까지 온라인으로 입찰가격을 써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벌 관계’인 롯데와 신세계는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두 기업은 유통 강자이지만 최근 이커머스 부문에서는 IT기업들에게 밀려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G마켓·옥션·G9를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올라갈 수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온, 이마트의 온라인 플랫폼인 SSG닷컴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 3% 선이다. 점유율 12%인 이베이를 포함하면 네이버, 쿠팡에 버금가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명분은 다른 기업들도 충분하다. 홈플러스의 온라인 쇼핑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MBK파트너스, 11번가에 아마존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이커머스를 강화하는 SK텔레콤 모두 이베이 인수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강자로 꼽히는 IT기업들도 이베이 본입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 중 네이버는 본입찰에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숨은 후보자로 불린다. 신세계와 네이버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네이버와 신세계가 2500억원 규모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쇼핑 동맹을 맺는 등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입찰을 포기한 카카오는 인수·플랫폼 강화로 커머스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내 달 중으로는 ‘톡채널2.0’을 시작한다. 일명 플러스친구로 불리는 톡채널을 고도화하는 서비스다. 톡채널 입접업체는 별도로 수수료를 내지 않고 톡채널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자사몰을 안내할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톡채널 2.0은 커머스로 수익을 내는 모델은 아니다”며 “입점업체가 광고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형식이며, 아직 준비 단계라 입점업체를 늘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카카오는 개인화 서비스가 특징인 패션앱 지그재그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베이는 흑자를 내는 오픈마켓이라는 장점 외에도 그동안 누적된 고객 및 입점업체 데이터, 개발 인력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개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기존 기업들 입장에서 이베이 인수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예비입찰 당시부터 인수 후보자가 원하는 가격과 이베이 본사가 원하는 가격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의 몸값으로 5조원대까지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입찰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베이 본사는 예비입찰 때부터 지분 다 사지 않아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후보자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후유증을 겪는 ‘승자의 저주’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인수에 성공해도 인수 기업이 보유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수 희망업체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측 눈높이가 맞아야하는데 시장 평가가격하고, 쿠팡 이후로 높아진 이베이 측 눈높이가 안맞다”며 “입찰 가격이 마음에 안 들면 이베이가 매각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어 입찰이 지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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