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스 시장 10년 새 28.6% 급감
주스 대신 RTD 차음료·에너지드링크 차지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냉장 주스가 몰락하고 있다. 한 때는 부(富)를 과시하기 위해, 한 때는 외국물을 먹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한 때는 탄산음료 보다는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에 찾았던 주스가 소비자의 관심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소프트드링크 카테고리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주스는 하늘보리, 콤부차 같은 RTD 차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냉장 주스 몰락의 주된 원인으로 ‘건강’이 꼽히고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6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0~2020년) 글로벌 음료 시장에서 주스, 차 등 소프트드링크 시장(생수 제외)은 2269억 달러에서 2979억 달러로 23.8% 커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스 시장은 1086억 달러에서 1201억 달러로 10.6% 성장하는데 그쳤다. 주스 시장 성장률이 전체 시장의 절반도 못미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주스가 소프트드링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7.9%에서 40.3%로 7.6%포인트나 감소했다.
[유로모니터 제공] |
주스의 몰락은 글로벌 시장보다 국내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10년 간 소프트드링크 음료 중 유일하게 주스만 시장 규모가 감소했다. 지난 2010년 국내 주스 시장은 총 1조2333억원 규모였지만, 지난 2019년에는 9694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지난해에는 8802억원으로 더 줄었다. 10년새 주스 시장이 28.6%나 쪼그라든 셈이다.
그렇다고 전체 소프트드링크 시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주스, 탄산수, 에너지드링크 등을 포함한 소프트드링크 시장(생수 제외)은 1조9033억원에서 2조1376억원으로, 12.3% 증가했다. 생수를 포함하면 8조2796억원으로 45.1% 커졌다. 이에 소프트드링크 시장에서 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64.8%에서 41.2%로, 생수를 포함한 시장에선 23.6%에서 10.6%로 급감했다.
그렇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주스 대신 어떤 음료를 선택했을까. 증가율로만 따지자면 에너지음료와 탄산수의 성장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에너지음료 시장은 1038억원으로, 10년 전(98억원)에 비해 959.2%나 급증했다. 향이 없는 탄산수 역시 같은 기간 135억원에서 388억원으로 187.4%나 늘었다. 이밖에 가향 생수 및 탄산수, 스포츠 드링크 등도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편의점에 진열된 주스들 [이마트24 제공] |
비중으로 따지면, 립톤이나 하늘보리 등과 같은 RTD(Ready To Drink) 차음료의 선전이 눈에 띈다. RTD 차음료는 같은 기간 3315억원에서 6030억원으로 81.9%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생수 제외)도 17.4%에서 28.2%로 10.8%포인트나 확대됐다. 아직 차음료의 비중이 주스보다 13%포인트 적긴 하지만, 주스 비중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수년 내 차음료가 소프트드링크의 강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이 주스를 외면하게 된 것은 최근 확산된 웰빙 열풍 때문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주스는 쉽게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건강음료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주스의 맛을 내려고 첨가하는 설탕이나 액상과당, 시럽 등 때문에 당 함량이 높아져 건강에 오히려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거리에서 카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커피문화가 발달한 점도 주스 수요를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당 함량이 높은 주스가 예전만큼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글로벌시장보다 빠른 속도로 주스 시장이 줄어드는 등 트렌드에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