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모습.[연합]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앱 삭제했어요.”, “○○캐시는 안전한가요?”
‘머지포인트’ 환불 사태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이를 판매한 e커머스업체가 좌불안석 상황에 처했다. 일부 소비자는 이들 e커머스업체에 대해 불매운동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머지포인트 판매에 열을 올렸던 e커머스업체들은 피해자들의 원성을 사는 것은 물론 앞으로 다른 선불시장에 대한 불신도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머지포인트 판매에 대해 항의하는 고객들의 민원이 e커머스 업체 고객센터 등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프로모션을 통해 구매를 적극 유도하고, 환불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판매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도 추진중이다.
티몬, 위메프, 11번가, 지마켓 등은 그간 머지포인트를 대량 판매했다. 머지포인트가 인기를 끌자 적립금 지급이나 추가할인 등 머지포인트 마케팅에도 힘을 쏟았다. 편의점, 마트, 대형프랜차이즈 등 전국 2만여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머지포인트는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아 이들 고객을 확보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통했다. 또한 상품권은 단가도 높기 때문에 업체들로서는 더욱 더 판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e커머스업체는 현재 머지포인트 앱에 머지머니로 등록하지 않은, 즉 미사용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환불을 해준다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판매 상품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하지만, 악화된 여론 앞에 난감한 상황이다. 문제있는 상품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고객 비난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일부 e커머스 업체는 머지플러스(머지포인트 운영사)의 전자금융업 등록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에 대한 원성과 함께 e커머스업체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머지플러스는 회차를 나눠 환불을 진행중이지만 속도가 더디고, 환불규모나 향후 명확한 일정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구매금액의 90%를 환불해주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한 상태다보니 피해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아예 선불충전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머지포인트도 대기업 가맹점에서 다 쓸 수 있는 믿을 만한 서비스로 보이지 않았냐”며 “이제 할인 좀 받자고 이런 식의 구매는 안 할 거다. 다른 온라인몰에 남아있던 충전금도 다 털고 있다”고 말했다.
e커머스업계는 자체 결제수단과 선불충전 등을 확대하는 중이라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선불충전금은 고객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예치금이다. 이를 통해 결제하면 대개 적립금을 더 쌓아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e커머스업체들이 충성 고객층을 유치하는 수단으로 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가맹점, 굴지의 금융회사 제휴까지 엮여있는 상태에서 벌어진 사태라 불안감이 더욱 큰 것 같다”며 “신생 핀테크 업체는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 e커머스업체들까지 우려하는 고객들이 일부 있어 이번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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