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된 배우 고소영 씨의 SNS 혼술 사진.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와인애호가로 잘 알려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내스타일 소주 발견 #끼소주 #KHE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술 사진을 올렸다. 누리꾼은 “디자인이 소주를 마시지 못하는 저도 구매욕 자극합니다” “고소영 님도 드신다는 키소주” 등의 댓글로 화답했다. 앞서 배우 고소영은 ‘#술이 술술 넘어간다 #제일 맛있는 소주’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혼술 사진을 올려 이목을 끌기도 했다.

최근 한 소주가 유명 인사들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며 이렇다 할 광고도 없이 주목받고 있다.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선 볼 수 없는 소주다. 한 병에 최고 5만원이 넘는 그야말로 ‘럭셔리 소주’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키(KHEE)’소주 사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SNS 캡처]

화제의 소주는 다름 아닌 증류주 브랜드 ‘화요’가 내놓은 ‘키(KHEE)’ 소주다. 디자인만 보면 보드카 같기도 한 이 소주는 디자이너이자 컬렉터인 에바 차우가 해외 시장을 위해 만든 ‘한정판’ 프리미엄 소주다.

에바 차우는 뉴욕타임스가 ‘할리우드 문화의 여왕’이라고 극찬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16세에 미국에 이민 가 패션디자이너로 출발했지만 외식사업가(미스터차우)·미술전문가로 더 성공했다. 한국 연예인들을 할리우드에 소개하는 ‘연예계 인맥왕’이기도 하다.

키소주 마케팅 대행을 맡은 씨에스알앤컴퍼니에 따르면 에바 차우는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키소주를 기획했다고 한다.

애초 글로벌 입맛을 겨냥하면서 누룩향을 없앤 대신 은은한 꽃향을 강조했다. 100% 천연 암반수를 사용했고, 첨가물 전혀 없이 쌀로만 만들었다. 특수 제작한 완전히 투명한 병과 병뚜껑은 일본의 장인이 제조했다고 한다.

키소주는 한정판으로 출시해 주로 해외에 수출했으며, 시장 반응을 보고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에바 차우는 올해 11월 개최되는 LACMA(LA카운티미술관) 행사에서 미국 유명 인사들에게 키소주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미국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국내에서는 지난주부터 신세계, 현대, 롯데, 갤러리아 등 일부 백화점과 특급 호텔, 소수의 레스토랑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소주 코너가 아닌 와인숍에 진열된 점도 눈길을 끈다.

가격도 소주 같지 않다. 22도 375㎖짜리가 2만5000원한다. 가장 비싼 것은 38도(750㎖)로, 5만9000원에 달한다. 보통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에 1800원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배 이상 비싼 셈이다. 고급 소주인 증류식 소주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누리꾼 사이에서 이미 ‘고소영 소주’로 입소문이 나며 반응이 뜨겁다. “일단 디자인이 깔끔하고 예쁘다” “증류주를 좋하는 사람들이 반할 맛”이라며 인증샷을 올리는 이도 있다.

이민정 인스타에 올라온 KHEE소주.

‘서민술’ ‘아재술’로 대변되는 소주도 프리미엄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실제 최근 들어 프리미엄 소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면서 트렌드도 고급화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소주애호가에 합류하면서 저변이 넓어지고 다양한 도수와 증류주가 선을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일품진로’를 내세워 프리미엄시장을 공략한다. 지난달에는 슈퍼 프리미엄 증류주인‘일품진로 21년산’을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풍미가 가장 뛰어난 중간층 원액만을 선별해 21년 이상 숙성한 제품으로, 목통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바꾸고 교체하는 등 긴 시간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맞춰 탄생했다고 한다. 8000병으로 판매 수량을 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