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식용유. [한희라 기자]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서울 양천구에서 돈가스집을 운영 중인 김민호(가명·48)씨는 지금이라도 식용유를 사서 쟁여 둬야할 지 고민이다. 지난해 3만2000원 정도 했던 업소용 식용유 18ℓ짜리가 올봄 4만원으로 올랐는데, 지난 6월에 또 2000원 가량 오른 탓이다.

김씨는 “올초 식용류 값이 오르면서 메뉴당 가격을 500원씩 올렸다”며 “앞으로 더 오른다고 하는데, 동네 장사하면서 6개월도 안돼 가격을 또 올렸다간 장사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용유 값이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자 자영업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가뜩이나 매출이 꺾인 상황에서 원가부담 마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료가 인상을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어려워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식용유의 주 재료인 대두값이 50% 이상 오른데다 운송비까지 상승하면서 도매가가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가맹점을 운영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대부분 올 상반기 가맹점 공급가를 한 차례 인상했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A사 관계자는 “올해 4월 가맹점 공급 식용유값을 17% 가량 올렸다”며 “본사 매입가는 약 26% 인상됐지만, 가맹점 공급가에 100% 반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보통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오뚜기·CJ제일제당·사조해표 등 제조사와의 협의를 통해 업소용 식용유 출고가를 조정한다. 올초 출고가를 인상한 것도 제조사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대두 가격 인상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제 대두유 선물 가격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조만간 또 한 차례 공급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맹점주들은 치킨 값을 올려야 한다고 본사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BBQ, bhc 등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대부분 현재로서는 가격 인상을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이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며 가격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동네 치킨집의 경우 몇 백원만 올려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에 일부 가맹점들은 배달비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원가 부담을 줄이고 있다. 주문 금액에 따라 기본 배달료에서 1000~2000원씩 추가하는 식이다. 표면적으로 치킨 가격이 그대로이지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이미 올라간 셈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배달료는 본사에서 관여하는 부분이 아니다”며 “가맹점 운영비용이므로 점주 재량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식당에서 수거해가는 폐식용유값도 올랐다는 점이다. 폐식용유는 정제 후 바이오디젤로 재탄생하는데, 보통 식당에 식용유를 공급하는 업자들이 사용한 폐식용유를 수거해 간다. 이에 식당 업주들은 오른 식용유 값을 보전하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폐식용유값을 많이 쳐주는 업자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편 식용유 소매가도 한달 새 19.5% 급등하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식용유 값은 지난 7월7일 한 병(1.5ℓ)에 4980원이었으나, 지난 25일에는 5950원으로 1000원 가까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