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특수 누린 편의점
국민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매장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담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고가인 양주·와인부터 한동안 팔리지 않아 먼지가 쌓이던 생필품까지 다 팔립니다. 대학생들이 사는 동네라 객단가가 낮은 편에 속하는 매장인데 갑자기 객단가가 높아지니 기분 좋네요.”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주 매출이 평소보다 30%가량 늘었다. 지난 7일부터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사용이 시작된 후 담배부터 평소 손님들이 찾지 않던 물건까지 다양하게 매출이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이 국민지원금 특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점포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주택가를 중심으로 어린이장난감·생필품·건강기능식품 등이 평소보다 많이 팔리는 등 예외적인 매출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지원금으로 추석선물세트를 사려는 소비자도 있어 정육·과일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국민지원금 사용처임을 알리는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연합] |
14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국민지원금 사용이 시작된 지난 7~12일에 주요 편의점에서 잘 팔리지 않았던 상품의 매출이 뛰었다. 건강기능식품과 고급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이다. CU에 따르면 해당 기간에 하겐다즈·나뚜루와 같은 아이스크림 매출이 41% 늘었고, 홍삼·유산균 등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은 23.1%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변신로봇·캐릭터스티커와 같은 어린이장난감 매출이 21.3% 뛰었다.
대형 마트에서 자주 구입하던 정육·과일도 평소보다 많이 팔렸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은 정육 매출이 176.2% 증가했고, 과일도 94.4% 늘었다. 양주와 와인도 각각 18.5%, 15.8% 매출이 증가했다. CU도 양주 매출이 29.9%, 와인 매출이 30.8% 늘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정육과 과일은 추석선물세트까지 포함한 매출이라 지난달 및 전주 대비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가전 매출 역시 스마트워치 인기에 힘입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주 GS25의 가전 매출은 75%로 크게 상승했다. 삼성전자 공식 대리점에서는 국민지원금을 쓸 수 없는 것과 달리, GS25와 이마트24 일부 매장에서 가전제품도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스마트워치인 ‘갤럭시워치4’ 및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2’ 구매가 가능한 매장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 점포에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
아직 국민지원금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만큼 편의점업계는 추석을 기점으로 매출이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총 11조원 규모의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전 국민 88%가 1인당 25만원씩을 받는다. 자신이 사는 지역 내 있는 가맹점주 운영 편의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편의점 쏠림 현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영업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용돼야 할 국민지원금이 취지와 달리, 일부만 특수를 누리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가전제품 구매가 가능한 편의점을 찾는 손님이 늘어 GS25와 이마트24는 갤럭시워치4 판매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가전제품 판매는 편의점주가 받을 수 있는 마진이 낮은 데다 국민지원금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편의점 측은 편의점주 역시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매출이 떨어졌던 점주들도 소상공인”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 국민지원금을 고가 상품 구매에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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