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취소 안돼 못찾아간 음료 1시간 후 폐기
직원들 “굿즈·기획 마케팅에 지쳤다” 시위 예고
지난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들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최근 스타벅스의 ‘리유저블(다회용)컵 행사’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몰려든 고객들로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음료를 포기하고 가 버린 사람들이 속출했고, 스타벅스는 이를 전량 폐기하면서 친환경을 지향하는 행사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직원들 역시 과도한 기획 마케팅에 지쳤다며 22년 만에 처음으로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지난달 28일 50주년 및 세계 커피의 날을 맞아 진행한 리유저블컵 행사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스타벅스의 일부 매장이 이날 손님들이 1시간 내로 찾아가지 못한 음료와 컵을 전량 폐기했기 때문이다.
행사 당일 고객들은 이날만 구할 수 있는 리유저블컵이 일종의 ‘무료 굿즈’로 인식해 매장으로 모여들었다. 스벅 한정판 굿즈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2~3배 가격에 거래돼 개인 소장용으로 뿐 아니라 재테크용으로도 인기가 많아서다. 덕분에 이날 손님들의 평균 대기 시간은 40분~1시간, 스타벅스에서 비대면 주문인 ‘사이렌 오더’의 동시 접속자 수가 7600여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스타벅스 리유저블컵 행사 당일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주문이 쏠렸다.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캡처] |
특히 사이렌오더 주문은 취소도 되지 않아 점심 시간에 커피를 주문한 직장인 등은 음료를 기다리다 가져가지 못한 상황이 속출했다. 이에 일부 수도권 매장에선 주인을 찾지 못한 음료와 다회용 컵 수십 잔이 전량 폐기됐다. 스타벅스는 이번 행사를 통해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지만, 현장에선 오히려 행사 취지에 역행하는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리유저블컵 행사가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이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논평을 통해 “리유저블컵의 재질은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으로 일회용 포장재와 배달 용기로 사용하는 일반 플라스틱”이라며 “스타벅스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들이 다회용 컵에 음료 담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연합] |
아울러 스타벅스 직원들 역시 과도한 기획·굿즈 마케팅에 불만을 품으며 지난 1999년 스타벅스가 국내에 진출한 이래 처음으로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일부 직원들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오는 6일부터 시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 리유저블컵 행사와 같은 과도한 굿즈 행사로 매장에 방문객들이 붐비면서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는 불만이다.
자신을 스타벅스 점장이라고 소개한 A씨는 블라인드에 “신규 매장이 늘어도 새로 인원을 충원하지 않아 기존 매장에서 근무하던 인원을 빼앗아 갔다”며 “혼자서 3인분의 일을 해내야 하는 와중에 이벤트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리유저블컵 행사에 예상 외로 많은 고객들이 방문해주셨고 파트너들의 의견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청하고 있다”며 “업무에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부족한 부분을 계속 살펴보며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