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배달앱 입점 업체 56% 이중가격
롯데리아, 이중가격 폐지…버거킹·KFC·맥도날드는?
15일 배달 주문 가격과 매장 가격이 다른 한 매장의 배달 수수료 정책 안내 [신주희 기자]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ㄷ’ 국밥 체인 전문점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다르다. 대표 메뉴인 순대국이 매장에서는 6900원이지만 배달앱에서는 1000원 더 비싸게 받는다. 어떤 메뉴는 1100원 더 비싸기도 하다. 배달비는 3000원으로 물론 별도다.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o’ 국밥 체인 전문점은 메뉴마다 매장가격과 배달 가격 차이가 0원에서부터 1500원까지 제 각각이다. 대표 메뉴인 국밥은 배달앱에서는 500원 더 비싸지만 육개장은 9000원으로 매장과 배달 가격 모두 동일하다. 수육국밥은 매장가격과 배달 가격이 1500원이나 차이 난다. 이 매장은 배달비로 2만원 이상 주문시 무료, 만원부터 2만원까지는 1000원 그 아래로는 3000원을 받고 있다.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배달 음식과 매장 음식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른바 ‘이중 가격’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논란이 된 햄버거 패스트푸드 업체들 뿐 아니라 분식집, 카페 등 곳곳에서 이중 가격을 시행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뉴를 더 많이 주문 할 수록 가격이 더 비싸지는 비합리적인 구조와 소비자 알 권리 침해를 이유로 이를 개선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헤럴드경제의 취재에 따르면 10월 기준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주요 프랜차이즈 햄버거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이중 가격’을 시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일정 금액 이상이면 배달팁을 받지 않는 대신 배달에 필요한 비용을 상품가격에 포함시키는 식으로 배달 제도를 운영해왔다.
맥도날드는 햄버거세트를 주문했을 경우 배달 주문 가격과 매장가가 1000원 정도 차이난다. 햄버거 단품, 사이드와 음료는 각각 700원 정도 더 비쌌다. 버거킹은 햄버거세트를 주문할 경우 배달 가격은 매장가보다 1300원, 단품은 1000원, 사이드는 900원씩 더 비싸다.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 조사 때보다 세트 메뉴 기준 100원씩 더 올린 가격이다.
햄버거 세트 메뉴 기준 배달가와 매장가격 차이가 가장 큰 곳은 KFC다. 배달 주문 가격과 매장 가격이 1500원이나 차이나는데,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 조사와 비교해 300원 오른 가격이다.
노브랜드 버거, 맘스터치는 매장 가격과 배달 주문 가격이 동일하다. 롯데리아는 이중 가격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 6일부터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 메뉴를 동일하게 적용했다. 대신 전국 배달 서비스 운영 매장에 배달팁 제도를 도입했다. 종전 최소 주문 금액은 1만3000원이었지만 지난 6일부터는 9000원부터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매장 가격과 배달 주문 가격이 다른 곳은 비단 패스트푸드점뿐만 아니다. 수도권에서 배달 수요가 높은 곳을 위주로 분식집, 카페, 한식집 등도 이중 가격 정책을 시행하는 곳이 많았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지역 배달앱 입점 업체 65곳을 직접 방문해 확인해 본 결과 절반이 조금 넘는 37곳(56.9%)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배달앱에 등록한 가격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가격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배달가격이 매장가격보다 비싸게 책정돼 있다보니 많이 주문할 수록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실제 맥도날드에서 빅맥세트를 4개 주문할 경우 매장에서는 2만3600원이면 가능하지만 배달시에는 2만7600원으로 4000원이 더 비싸다. 10개를 주문할 경우에는 6만9000원(배달 기준)으로 매장에서 먹을 때보다 1만원이 더 줘야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발생한다. 버거킹의 경우에도 와퍼세트 10개를 배달로 주문할 경우 9만3000원으로 매장(8만1000원)에서 보다 1만20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햄버거 하나에 배달팁 1000원 정도가 포함된 지금 상황을 고려해보면 10개 배달시킬 경우 배달비만 1만원”이라며 “합리적인 가격 결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배달과 매장 가격이 다를 수 있다고 고지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버거킹, KFC는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주문 과정에서 배달과 매장 가격이 다를 수 있다고 알리고 있지만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요기요에는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중 가격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은 배달 서비스 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매장 방문 고객들에게 전가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감안하여 배달 메뉴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으며 배달 서비스 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매장 방문 고객들에게 전가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롯데리아가 배달팁 제도를 도입하면서 현재의 불합리한 이중가격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지난 8월부터 직영점 대상으로 배달 수수료 도입 운영을 테스트하고 9월에는 희망 가맹점으로 테스트 범위를 넓혀 고객들의 반응을 살폈다”며 “배달 플랫폼의 활성화로 이제는 고객들이 제품과 배달 서비스를 분리해 인식하고 서비스 가격에 대한 판단은 고객이 결정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버거킹 관계자는 “버거킹 딜리버리 서비스 제품 가격은 배달 서비스 전반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고려해 결정한다”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재 배달료를 받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에게 제품 가격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배달 플랫폼에서의 이중 가격 문제를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비 따로 원래 메뉴 가격 따로 안내해야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며 “이중가격 제도는 더 많이 주문한 소비자일 수록 손해를 보는 가격 구조다”고 지적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비대면 시대에 배달 플랫폼 수수료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진 것은 이해하지만 소비자들이 가격에 혼동이 없도록 배달 가격과 매장 가격이 다르다고 공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