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농가 계약재배로 단기 공급문제 해소
스마트팜·대체육 사업 등 장기대응책 마련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양상추 수급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독자제공]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양상추는 동나고, 원두가격은 치솟고…’ 올 가을 늦장마와 갑작스러운 한파 등 기후 이상으로 채솟값이 치솟으면서 식품기업들이 식자재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 이상에 따른 식자재 공급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 식품사들은 농가 계약재배, 스마트팜 구축, 대체 단백질 개발 등 장·단기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지난주부터 당분간 햄버거 등 일부 메뉴에 양상추가 평소보다 적게 들어가거나 아예 제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안내했다. 맥도날드는 “갑작스러운 한파로 양상추 수급이 불안정하다”며 “양상추가 포함된 제품을 구매할 경우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무료 음료 쿠폰을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서브웨이도 “일부 매장에서 샐러드 제품의 판매가 한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고,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양상추도 정량으로만 제공된다”며 “빠른 시간 내 공급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양상추 대란은 갑작스러운 한파로 생육이 부진해 산지 출하가 급감하면서 발생했다. 강원지역은 양상추 출하량이 80% 이상 감소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늦장마로 깻잎, 상추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는 원두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원두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에 100년만의 한파가 덮치면서 원두 생산량이 약 22% 이상 감소했다. 실제로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 4/5선물 가격은 242.25달러로 지난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지구 온난화로 알래스카·시베리아에서 남하하는 철새들에 의해 새로운 감염성 질환이 출현할 가능성이 커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계란가격 변동 위험도 높아졌다. 올해 초 ‘금란(金卵)’ 대란을 불러 일으키며 한 판(30개)에 7000원에 육박한 것도 지난해 전국적으로 확산된 AI로 산란계가 대량 살처분 되면서다.
국내 식품 기업들은 기후 위기에 따른 식자재 공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계약재배 면적을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팜, 대체 단백질 등 푸드테크에 투자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의 경우 토마토와 양상추 등 채소 품목별로 산지 직송 계약을 맺고 있어 이번 양상추 대란을 피할 수 있었다. 또 충남 논산시에 규모 3만4809m²(약 1만530평) 약 스마트팜을 구축해 안정적으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7월 농업회사법인 팜팜과 계약을 맺고 2022년부터 5년간 생산할 토마토 전량(연간 1300t)을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도 기후 변화에 따른 식재료 수급 문제를 장기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스마트팜 구축과 대체육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전세계 16개국에 있는 원두 농가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 국제 원두가격 상승 리스크를 헤징(회피)한다. 또 10~20년간 농가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해 농장지원센터를 구축해 안정적으로 원두 공급 확보하고 있다.
국내 식자재 유통 전문 기업 CJ프레시웨이는 산지 직거래, 계약재배를 통한 농가-기업 간 상생 모델로 식자재 공급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올해는 전국 34곳에 있는 농가와 총 5492㏊ 규모를 계약하면서 농산물 4만7000톤을 취급한다. 내년부터는 대체육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계약재배만으로는 기후 이상에 따른 전국적인 농산물 생산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스마트팜 구축, 대체육 사업으로 장기적 대응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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