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인력으로 빠져, 중국 동포 인력도 없어”
코로나19가 가져온 노동시장 변화에 자영업자 한숨
“식자재 가격 오르자 마진률 낮아져”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둔 지난 31일 오후 서울의 한 음식점에 새벽에 근무할 직원을 모집하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 시행에도 자영업자들의 근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력 시장이 뒤바뀌면서 구인난이 심각해졌고 식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자영업자들은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 한편으로 영업 시간과 손님이 늘어도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시급 1만1000원에도 종업원 못 구한다”…너무 없어서 근심=2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위드 코로나’ 시행에도 고충은 여전하다고 털어놨다. 갑작스러운 영업 제한 완화로 종업원을 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인력 시장에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 1일 오후 7시 30분께 손님 2명을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두 테이블만 있었지만 종업원이 없어 감당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A씨는 그동안 종업원 2명을 고용했다가 두 달 전 직원 한 명이 그만 두면서 50평이나 되는 가게를 두 명이서 운영해야했다. 이날은 직원 한 명의 사정으로 A씨 혼자 가게를 보고 있었다.
손님 두 테이블에 ‘배민 주문’까지 들어오자 A씨의 손은 더욱 바빠졌다. 가게 한 쪽에서 배달 주문이 들어온 고기를 굽고 손님들의 서빙까지 A씨 혼자서 책임져야 했다.
A씨는 “사장 한 명이서 다 하려니 (손님을) 더는 못 받겠다”며 “한 달 전부터 구인 광고를 냈지만 사람이 안 뽑힌다”고 말했다. 단골 손님들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지 A씨를 대신해 직접 고기를 굽거나 술을 가져다 마시기도 했다. A씨는 그런 손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연거푸 미안해 했다.
강남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씨도 단계적 일상 회복 지침에 대비해 2주 전부터 종업원 구인 광고를 냈지만 모집 인원 10명 중 1명밖에 구하지 못했다. 이씨는 “시급 1만1000원으로 최저시급보다 더 높게 준다고 해도 사람이 안 구해진다”며 “아르바이트 플랫폼에 5만5000원을 내면서 광고까지 하는데도 사람을 못 구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야속한 구인난에 “요새 사람들이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정부 지원금을 받으니 굳이 힘들게 일하려는 생각이 없는 듯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그동안의 영업 제한으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불안정하니 사람들이 또 잘릴까 불안해서 지원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홍대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안모(40) 씨는 “자정까지 홀영업을 할 여건이 안 된다, 사람이 안 구해진다”며 영업 시간 제한 완화에도 한숨을 지었다. 그는 “아르바이트 인력 대부분 배달 플랫폼으로 빠졌고 주방 이모로 채용했던 중국 동포들도 (코로나19 이후) 중국으로 돌아가고 다시 못 들어오고 있어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인력 시장 자체가 변했다”며 “특히 일하는 시간이 유동적이고 원하는 만큼 벌 수 있는 배달 플랫폼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인력 시장은 자영업에서 플랫폼 노동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올해 초 배민라이더스는 3000명, 부업 라이더인 커넥터는 1만명이었지만 최근 각각 4500명, 2만 명으로 늘었다. 반면,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10월 발표한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한달간 자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고용주) 수는 2만6000명 줄어들며 3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또 종업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자영자)는 2만2000명 늘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가 3.2% 상승해 9년 9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박해묵 기자] |
▶“올라도 너무 올라 힘들게 일해도 남는게 없다”…너무 올라 근심=구인난과 함께 주요 식자재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는 점도 자영업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원재료값이 인상분을 반영하면 손님이 떨어져 나갈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팔아봤자 남는게 없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고기, 계란, 채소 등 주요 식자재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모두 올랐다.
11월 1일 기준 돼지고기 삽겹살 100g당 평균 도매 가격은 2393원으로 1년 전인 2059원보다 올랐다. 닭고기 1㎏ 가격도 5577원으로 1년 전 4890원보다 600원 이상 차이 난다. 평년 가격인 5318원보다도 상승했다. 올해 초 30개 한 판에 6000~7000원을 상회하던 계란은 5896원으로 가격이 내려갔지만 1년 전 5574원보다는 비싼 편이다.
상추, 깻잎 마저 4㎏ 한 상자 당 3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지난해에 비해 1~2만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A씨는 “올해는 고기값뿐 아니라 상추, 깻잎 등 쌈 채소 가격도 무섭게 올랐다”며 “힘들게 일해도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도 “이렇게 갑자기 많이 오른 것은 식당 문 열고 처음이다. 계속 오른다고 하니 손님이 많이 와도 걱정할 판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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