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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잠시 잊게 해준 다섯쌍둥이, 너무 고마워요 [34년만에 다섯쌍둥이 탄생]
의료진 30명 투입, 긴박했던 출산스토리
군인부부 그동안 조심 또 조심…
출산날 서울대병원 의료진 총출동
다태아 최고권위 교수가 진두지휘
딸 넷 아들 하나 순차적으로 ‘울음보’
우리나라에서 34년만에 다섯쌍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전종관 교수를 포함, 30여명의 의료 인력이 총출동해 다섯 생명이 건강하게 세상에 나오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들 다섯 새 생명들은 서울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박해묵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잠시 잊게 해주는 희망의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8일 34년 만에 ‘다섯 쌍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다. 이번 다섯 쌍둥이 출산은 육군 17사단 수색대대에 근무 중인 김진수 대위와 정보대대 서혜정 대위 군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번 다섯 쌍둥이 출산에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진두지휘하는 전종관 교수를 포함해 수술인력 4명, 신생아 출생시 필요 샘플 담당과 지원인력 4명, 마취과 의사 2명과 소아과 의사는 한 아기당 2명씩 10명, 간호사 인력은 수술실 간호사 2명, 신생아 간호담당 5명, 신생아 소생실 지원간호사 3명 등 총 30여명의 의료 인력이 총출동해 이뤄낸 쾌거이다.

다섯 쌍둥이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박해묵 기자

다섯 쌍둥이 출산을 진두지휘한 전 교수는 다태아 출산 분야에서 ‘갓(GOD)종관’ 이라 불리는 국내 다태아 분야 최고의 산부인과 교수다.

수술을 집도한 전 교수는 “딸 4명이 차례로 나오고 막내로 아들이 출생했다”며 “1명은 850g 정도이고 나머지 아가들은 모두 1kg이 넘어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또 “지금까지 네쌍둥이는 수차례 받아봤지만 다섯 쌍둥이는 저도 처음”이라며 “의사 20명, 간호사 10명 등 30~40명에 달하는 의료진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아가들이 건강하게 세상에 나오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1991년생 동갑인 군인 부부인 김진수-서혜정 대위 부부는 18일 오후 10시에 다섯 쌍둥이를 품에 안았다”고 말했다. 다섯 쌍둥이 출산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사례이며 국내에서는 1987년 다섯 쌍둥이 출산 기록이 현재 남아있는 마지막 기록이다.

다섯 쌍둥이를 출산한 서 대위는 지난 11월 13일 출산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이후 무사히 다섯 쌍둥이를 출산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제왕절개로 조산 출산한 아이들은 일반 태아들에 비해 작은 몸으로 태어났지만 현재 매우 건강하고 출산 과정이 무리 없이 잘 진행돼서 현재로서는 건강 상태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진수, 서혜정 대위 부부는 대학교 때 학군단에서 만났다. 2018년 12월에 결혼 후 각자 부대배치를 안양, 인천으로 받아서 주말부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임신을 2년 반 동안 시도했지만 주말부부의 영향도 있고, 계속 실패해 배란 초음파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가 결국 인공 수정을 하게 됐다.

일하면서 시험관을 하는 것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인공 수정이라도 시도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다행히 한 번에 성공해서 여섯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었지만 한 명은 임신 도중 사산되고 다섯 쌍둥이가 정상적으로 자랐다.

김 대위 부부는 “인터넷에서 다태아 관련해서 찾아보기도 했고, 네이버 카페에서 알게 된 다태아 카톡방에 들어가서 정보도 많이 얻었다”며 “다태아에서 선택적 유산과 관련된 이런저런 사연을 찾아봤는데, 선택적 유산을 하러 갔다가 전종관 교수님의 긍정적인 응원 덕분에 결국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 대위 부부는 “사실 아기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과 현실적인 문제들 사이에서 선택적 유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교수님의 의견에 맡기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이 아기들이 커서 뭐가 될지 모르는데 유산을 시키는 건 너무 미안하지 않냐”라고 말씀하신 것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진수·서혜정 대위 부부와 일문일답

-22주에 쉬로드카(자궁경부봉축술) 수술을 받으셨는데, 임신 초기에 아래쪽이 아프다든지 입덧이 심하다든지 이런 증상 때문에 힘드신 건 없었는지?

▶사실 워낙 무딘 편이라 입덧도 거의 없었고, 경부 길이가 짧은 것도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 그래서 쉬로드카 하기 직전까지 근무를 했다. 다만 다태아다 보니까 언제든지 입원할 수도 있겠다는 각오는 하고 있었다.

-쉬로드카 하면서 휴직하셨을 텐데, 퇴원 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는지?

▶조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냈다. 남편 부대가 집 바로 옆에 있어서 점심시간에도 와서 잘 챙겨줬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21주까지 일하셨으면 부대에서는 다태아 임신한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지?

▶딱히 알리진 않았는데 입원 후에 어떻게 알려져서 기사 초안이 벌써 작성됐다고 연락이 왔다.

-육아에 대한 계획은 있으신지?

▶지금은 육아 말고도 걱정할 것들이 많아서 조금 미루고 있다. 아기들이 태어나면 몇 주간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 있을 예정이니 그 시간 동안 고민해볼 예정이다. 아마 시부모님께서 고향에서 올라오셔서 도와주실 것 같다.

-육아 휴직은 언제까지 하실 예정인지?

▶지금 계획으로는 1년 휴직 후 복직할 예정이고, 그 후에는 남편과 교대로 육아 휴직을 할 생각이다. 군인은 한 자녀당 3년 간의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 이름은 혹시 생각해둔 것이 있는지?

▶지금은 정신이 없다.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김태열 기자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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