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 생길 수 있는 많은 질병 중, 뇌의 퇴행으로 발생하는 치매, 파킨슨병은 현재까지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없어 가장 피하고 싶은 질병 중 하나다. 치매와 파킨슨병은 초기 진단하여 약물과 재활 치료로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때문에 치매와 파킨슨병을 발생을 미리 알 수 있는 검사법이 소개되고 있으나, 비용이 많이 들고 정확도 그리 높지 않다.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나이가 들면서 평소 수면 양상이 바뀌거나 수면 중 이상 행동이 나타나면 파킨슨병과 치매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중년 이후에 불면증이 지속 되면 치매가 1.5~2.5배 증가한다고 하고, 또한 중년 이후에 잠자는 중에 팔다리가 움직이면서 잠꼬대를 하는 렘수면행동장애가 발생하면 향후 5~10년 이내에 파킨슨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렘수면은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 단계(Rapid Eye Movement·REM)로, 하룻밤 수면의 20% 정도를 차지하며, 흔히 꿈을 꾸는 잠으로 알려져 있다. 렘수면기에 뇌는 낮에 공부하거나 기억했던 것을 기억창고에 저장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 중에 꿈이 만들어지게 된다. 낮에 있었던 일들과 유사하거나 연결되는 내용을 주로 꿈꾸게 되고, 낮에 있었던 내용을 모티브로 과거 기억을 동원하여 새로운 꿈이나 엉뚱한 꿈, 그리고 왜곡된 꿈들을 꾸기도 한다. 또한 렘수면은 낮에 있었던 나쁜 기억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렘수면기 동안에는 우리의 신체는 근육 긴장도가 소실되어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힘든 악몽에서 도망치거나 움직일 수 없으며, 끙끙거리고 힘들어하다가 결국 중간에 잠에서 깨기도 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뇌간의 퇴행성 변화로 렘수면 중에 척수 운동신경을 억제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렘수면기 동안에 근 긴장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꿈의 내용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수면장애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교의 손상이 먼저 발생하고 점차 흑질로 손상이 퍼져 나가기 때문에 렘수면행동장애가 파킨슨병 등 신경 퇴행성 질환의 발병에 앞서는 일종의 전조 질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과도한 알코올 섭취나 복용하는 약물, 카페인 섭취, 심한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러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는 향후 5년 이내에 30%, 10년 후에 50~60%, 15년 후에 70~80%에서 파킨슨병이 발생한다고 한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누구나 소망하는 일이다. 하지만 잠자는 동안 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수면 중 폭력적인 행동은 문진과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가능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이나 기면증 등의 다른 수면 질환이나 경련성 질환과의 구별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렘수면행동장애는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장(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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