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 공사 중에도 침하 지속
[유튜브 'Brendan Hasty'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 58층 호화 아파트 ‘밀레니엄 타워’가 보수 공사에도 불구하고 연간 7.6㎝ 속도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AP통신에 따르면 이 건물을 똑바로 세우는 작업에 참여한 건축공학자 론 햄버거는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 출석해 “건물이 연간 1.5인치(약 3.8㎝)의 속도로 침하 중이며, 연간 3인치(약 7.6㎝)씩 기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물이 아직까지는 안전한 상태이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몇 년 안에 꼭대기 부분이 수직보다 40인치(약 1m) 기울어져 엘리베이터와 수도 시설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호화 아파트는 2009년 완공되자마자 400여호실이 분양됐으며, 총 분양 금액이 7억5000만달러(약 8959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16년까지 41㎝에 이르는 건물 침하가 일어났으며, ‘부등 침하’(건물 기초가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로 인해 북서쪽으로 5㎝ 기울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유튜브 'Brendan Hasty' 채널 캡처] |
고층 건물은 완공된 후 지반이 조금 내려앉는 것이 정상이며, 이를 감안해 설계가 이뤄지지만 밀레니엄 타워의 침하는 사전 예측보다 심각했다. 건축 당시에는 침하가 1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침하가 벌어지자 시공사인 ‘밀레니엄 파트너스’와 이 아파트 거주자들은 시 당국이 이 건물 바로 옆에 대형 대중교통 복합터미널을 짓는 공사를 하며 땅을 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터미널 측은 2010년 공사를 시작했을 때 이미 밀레니엄 타워의 기초가 25㎝ 내려 앉은 상태였다고 반박하면서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지난 2020년 분쟁 당사자들 간 합의가 이뤄져 건물을 똑바로 세우기 위한 1억달러(약 1194억원) 상당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사 시작 후 몇 개월 동안 건물의 지반이 약 2.5㎝ 더 침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8월 보수 공사가 중단됐다.
[유튜브 'Brendan Hasty' 채널 캡처] |
이 같은 지반 침하로 인해 건물 꼭대기 부분이 북서쪽으로 13㎝가량 더 밀리며 총 56㎝가량이 기울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침하가 계속 진행돼 현재는 ‘밀레니엄 타워’의 꼭대기가 북서쪽으로 66㎝가량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햄버거는 지반에 철로 된 말뚝 18개를 박는 것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건물이 안전한 상태라고 하지만, 보수 공사를 재개해 빠르게 완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 건물이 이탈리아의 관광 명소 피사의 사탑과 비견된다고 평가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