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내세웠던 패션 이커머스,
이제는 브랜드력(力) 승부수
MZ세대의 ‘패션 성지’로 꼽히는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이 상품명을 없애고 브랜드만 노출하는 앱 페이지 디자인에 주력하고 있다. 브랜드군으로 상품을 검색하는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앱 캡쳐]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10초라도 앱에 더 머물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W컨셉 디자이너)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이 ‘소비자의 시간’을 붙잡기 위해 초 단위로 데이터를 분석해 앱 디자인에 반영하는 리뉴얼 경쟁을 펼치고 있다. MZ세대의 ‘패션 성지’가 된 무신사, 카카오가 인수한 지그재그, 신세계가 인수한 W컨셉 등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앱 리뉴얼 방향은 이른바 상품 브랜드력(力) 강화다.
가격대로 상품을 분류하기보다는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브랜드 단위로 묶어 보는 서비스 개편에 주력하는 것이다. 14일 무신사 관계자는 “검색 키워드와 페이지 이동 패턴을 보면 MZ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명을 검색하고 브랜드 페이지에 더 오래 머무르는 특성이 드러난다”라며 “입점 업체를 선정할 때 브랜드 메세지·스토리를 특히 중요하게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신사와 W컨셉은 자사 앱 메인 페이지에 상품의 이미지와 함께 노출했던 상품 이름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예를 들면 ‘남성 풀 오버 맨투맨’이라는 상품 이름 대신 ‘와이낫’이라는 브랜드명만 남겨놓는 식이다. 앱 메인 페이지에는 고객을 위한 브랜드 카테고리도 강화됐다. 의류를 브랜드 단위로 분류해 스와이프(스크린에 손가락을 댄 상태로 화면을 쓸어 넘기는 방법) 한 번으로 한 브랜드의 6종의 대표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선 지그재그는 서비스 초창기부터 개인화를 내세웠다. 수천 개의 온라인 쇼핑몰 중 내가 좋아하는 쇼핑몰만 즐겨찾기 한다는 콘셉트를 자사 앱의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경험)에 꾸준히 업데이트 반영했다. 오프라인으로 따지면 좋아하는 브랜드만 모아 놓은 매장인 셈이다.
지그재그는 다른 패션 플랫폼과 달리 상품 이미지 하단에 브랜드 이름을 볼드체로 배치해 차별화를 꾀했다. 상품 이름 보다 브랜드명이 더 눈에 띄도록 디자인을 강화한 것이다. 대부분의 패션 이커머스 앱 페이지는 홈 화면과 랭킹 탭이 붙어 있는데, 지그재그는 홈 화면 옆에 브랜드 탭을 전면 배치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 결과 MZ세대는 마음에 드는 상품을 선택하고, 해당 상품의 브랜드 페이지를 찾아들어가 해당 브랜드의 다른 상품을 더 훑어보는 패턴이 발견된다”라며 “이에 따라 고객이 좀 더 편리하게 상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페이지를 최적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최근 몇 년 사이 브랜드 가치가 낮은 중저가 패션 캐주얼은 오프라인을 비롯해 온라인에서도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있다.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7년간 근무한 MD는 “과거에만 해도 중저가 캐주얼의 경우 70~80%의 매출이 온라인에서 나올 만큼 이커머스 의존도가 컸다”라며 “그런데 이제는 온라인에서도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과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이 성장을 견인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