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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의료정책 실종 대선

‘과잉 진료’와 ‘(대형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이 두 가지는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자와 의료소비자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겪는 현안이다.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보면 전자는 ‘의료수가의 비현실성’에서 오는 결과이고 후자는 의료 체계 시스템의 불완전성에서 오는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항변된다.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전자는 의료공급자들에 대한 신뢰 상실과 의료행위 자체를 불신하게 만드는 원인이며 후자는 정보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감의 표출이자 대형 병원의 ‘3분 진료’로 불리는 갑을관계의 피해자로 느껴지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이 동상이몽 난제 해결을 위해 ‘주치의제도’ 도입 등이 제시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들지 않고 있다. 갈등이 생기면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을 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과 중간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다. 정부의 역할은 조정자로써 양쪽의 입장을 조율해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주는 데에 있다. 그래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은 보건의료정책과 같은 중요한 국사에 대해 신중한 문제의식과 추진할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번 대선에서 그러한 상황은 보기 힘들 것 같다.

대선이 이제 두 달도 채 안 남은 시점이지만 국민은 다음 정부의 여야의 보건의료정책이 도대체 뭔지 모르는 ‘안갯속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상대방의 약점만 물고 늘어지는 네거티브 전략만 난무할 뿐 보건의료정책의 큰 화두를 제시하고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국민에 대한 약속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는 야당은 ‘치매 국가책임제’, 여당은 ‘선별적 복지’를 내세웠고 지지난 대선에서도 여당은 ‘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 국가책임제’를, 야당은 ‘의료비 100만원 본인 부담 상한제’ 등 굵직한 정책목표를 내세우며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모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큰 ‘화두’ 대신 어떻게든 표만 모으면 된다는 식의 ‘선심성 의료 공약’이 난무한다. 이재명 후보의 ‘실손보험 체계 간소화·탈모치료제’와 윤석렬 후보의 ‘닥터헬기 확대’ 등이 그러한 예다. 물론 이런 공약들도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생활형 공약’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표심’만 자극하는 공약이 아닌 국가 백년대계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의 뼈대를 제시하고 국민에게 설득하는 일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공공병원 확보’ ‘지역 공공필수 의료인력 양성’ ‘전 국민 주치의제도 도입’ 등을 담은 ‘공공의료 확충 4대 공약’을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보건의료정책 계승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의료 분야를 미래 신산업으로 보고 일자리 창출의 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큰 그림’은 아직 보이지않는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 만들기’와 ‘임신과 출산 지원’ 등의 주제는 제시했지만 구체적이고도 국민에게 수권정당으로서 약속할 만한 공약도 하루빨리 나와야 할 것이다.

‘큰 그림’이 나와야 찬성도 하고 반대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다. ‘공공병원 확보’와 ‘전 국민 주치의제도’ 도입 공약을 발표하자 의사협회와 시민단체에서 반박과 찬성 입장을 밝히고 온라인에서 시민들이 갑론을박과 난상토론이 벌어져야 서로에 대한 입장도 알게 되고 일방만의 주장이 아닌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나오게 되고 정책으로 현실화하게 된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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