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 즉 부동산에 투자하는 신탁회사 또는 펀드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종목들은 지난해 중순 일제히 고점을 찍은 이후 지금은 절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주택은 물론 상업용 건물도 연일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를 지나 올해들어 보합 또는 하락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의 가격 흐름을 반년가량 선행한 모습이다.
서울 빌딩숲 모습[헤럴드경제 DB] |
미래에셋맵스리츠는 지난 4일 483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6월3일 536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약 10%가량 떨어진 것이다. 그 기간 주당 121원의 배당을 감안해도 지난해 6월 전후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탑리츠도 지난 4일 1265원의 가격으로 거래됐다. 지난해 4월 2669원까지 올랐던 가격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새로 상장한 리츠들도 마찬가지다. 청약 경쟁률 453대 1, 증거금만 10조원이 넘게 몰렸던 NH올원리츠는 상장 직후 5540원에서 10% 가량 빠진 5090원에 이날 거래를 마감했다. 약 두달 앞서 상장한 SK리츠도 6910원의 고점 대비 15% 정도 밀린 6100원대 가격으로 최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따른 임대수익, 그리고 향후 매각 시 기대되는 투자수익이 주가를 결정하는 리츠 종목들이 최근 이처럼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 흐름의 변화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리츠들의 주 투자 대상인 국내 상업용 오피스 빌딩, 물류 창고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비교적 활발하게 거래됐다. 특히 상업용 오피스 빌딩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공실률이 0에 수렴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활발한 거래, 낮은 공실률과 별개로 임대 수익은 오히려 악화됐다. 빠른 금리 인상 속도를 임대 수익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미국 증시에서 지난해 크게 상승했던 리츠 종목들의 주가는 최근 하락했다. 주가 상승으로 기대 수익률이 은행 금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지자 주가가 조정받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임대수익 금액 자체는 금리인상 및 주식과 달리 빠르게 변화하지 못한다”며 “최근 리츠 종목들의 주가 하락은 당분간 부동산을 통한 수익이 다른 금융 상품에 비해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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