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해 분리수거 폐기 시스템 없어
앞다퉈 도입한 편의점 업계 혼란으로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유통 시장에서 ESG 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편의점 업계에 ‘친환경’ 브레이크가 걸렸다. 발목을 잡은 것은 경영진도, 편의점 점주도, 소비자도 아니다. 환경부의 오락가락 행정이 문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1월부터 PLA 소재 생분해성 비닐봉투의 친환경 인증을 중지하고 오는 11월부터 편의점 판매를 금지한다. 이에 “100% 생분해성 원료”라고 홍보하며 PLA 친환경 비닐봉투를 앞다퉈 도입해온 편의점 업계는 혼란을 겪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친환경 비닐봉투 전환을 안내하던 편의점 매장에서 영업 활동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시 용산구 일대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5곳을 방문한 결과 PLA 소재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판매하는 곳(1곳)·PLA 소재 생분해성 비닐봉투와 일회용 비닐봉투를 혼용해 판매하는 곳(3곳)·쓰레기 종량제 비닐봉투만 판매하는 곳(1곳)으로 매장마다 제각각이었다.
편의점 업계가 앞다퉈 도입한 친환경 비닐봉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PLA 소재로 만들어졌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PLA는 6개월이면 땅속에서 100% 분해된다. 2003년부터 환경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을 적극 장려했고 많은 업체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환경부는 2020년 말부터 편의점에도 모든 종류의 1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기로 지침을 바꿨다.
CU에서 판매하는 PLA 친환경 비닐봉투. ‘100%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 친환경 봉투입니다’ 문구가 새겨져 있다. |
세븐일레븐이 도입한 친환경 비닐봉투. PLA 소재로 100% 생분해성 원료로 만든 친환경 봉투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
가장 발 빠르게 PLA 소재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개발해 도입한 곳은 CU다. CU는 전국 직영점에 시범 도입했던 PLA 비닐봉투를 지난해 4월부터 전국 모든 점포로 확대 운영했다. GS25는 지난해 6월부터 직영점에서,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7월부터 전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PLA 비닐봉투를 판매했다.
그런데 지난 1월 3일부터 환경부는 PLA 소재 생분해성 비닐봉투의 친환경 인증을 돌연 중단했다. PLA 소재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분리수거할 수 있는 폐기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재 PLA 소재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땅에 묻혀서 자연분해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와 함께 소각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토양에 들어갈 확률이 없다 보니까 차라리 친환경 인증에서 빼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게 됐다”라며 “분리수거 체계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현재 계획하고 있는 정책 방향이 다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처리 정책을 수립하지 못한 정부의 과실은 현장의 혼란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8년간 CU를 운영하는 점주는 “정책 변경에 따라 친환경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는데 고객이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이라며 오히려 비난을 한다”라며 “매번 고객 응대를 할 때마다 억울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환경부의 정책 변동에 따라 오는 11월 24일부터는 편의점과 슈퍼 등 소매점에서 PLA 소재 생분해 봉투 대신 쓰레기 종량제 비닐봉투와 종이봉투만 판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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