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명운 건 패션·리셀 플랫폼 전면전으로
모바일 커머스 신뢰도 문제로 번지면서
“이래서 정품은 오프라인” 이미지 실추
논란이 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리셀(되팔기) 플랫폼인 네이버 크림에게는 해당 상품을 가품으로 판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짝퉁(모조품) 검수를 하는 리셀 플랫폼 크림을 향해 날을 세우면서, 수입 명품 티셔츠를 둘러싼 짝퉁 공방이 패션 플랫폼과 리셀 플랫폼간 ‘사업영역 충돌’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 같은 무신사의 발언은 무신사가 별도 자회사로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의 사업 방식도 전면 부정하는 식이어서 모바일 커머스를 둘러싼 내부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100% 정품 보증”을 내세우다 신뢰도에 흠집이 난 무신사가 크림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크림도 “법적 대응 과정에서 진품 여부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응수하면서 두 대형 플랫폼간 신경전이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무신사가 공지한 내용으로 리셀 플랫폼 크림의 전문 검수팀의 정·가품 판별이 사실상 “권한 밖”이라고 주장한 내용이다. |
이에 크림은 자사 거래여부 관계없이 무상 검수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맞대응 했다. |
논란은 지난달 중순 한 소비자가 무신사에서 구매한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를 크림에 되팔면서 시작됐다. 크림이 이 티셔츠를 짝퉁으로 판정하고 이를 앱에 공지하는 과정에서 해당 상품이 무신사가 판매한 상품이라는 사실이 사실상 노출됐다. 무신사는 해당 상품 판매를 중지하고 한국 명품감정원을 포함한 해외 감정기관 ‘레짓 체크’ 등에 감정을 의뢰했다. 크림 또한 중국의 ‘나이스’ 감정팀에 추가 확인 검수 의뢰를 요청했다.
그런데 한 달 뒤 문제는 오히려 더 불거졌다. 한국 명품감정원이 ‘감정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그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레짓 체크는 ‘정품’, 나이스는 ‘가품’으로 각기 달리 판단하면서 무신사와 크림의 진실 공방은 더욱 뜨거워졌다. 여기에 무신사가 정가품 진위 여부 판가름은 “브랜드 고유 권한”이라며 사실상 크림의 검수 방식에 대한 공신력을 문제 삼았고, 이에 크림은 에센셜 티셔츠에 대한 ‘무상 검수 서비스’ 확대로 맞대응했다.
무신사와 크림 간 짝퉁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온라인으로 명품을 사는 소비자 사이에서도 가품 우려가 덩달아 커졌다. 페이스북 등 SNS를 비롯해 패션 커뮤니티 등에는 하루 만에 무려 300여건에 가까운 관련 게시글이 게재됐을 정도다. 무신사가 에센셜 공식 판매처인 팍선을 통해 거래한 영수증까지 일부 공개하고, 크림이 사진까지 첨부해 에센셜 티셔츠 ‘진품·가품 구별법’까지 올렸지만 “이래서 ‘파정(파워정품)’은 오프라인”, “오픈런을 괜히 하는 게 아니다” 등 글이 올라오면서 온라인 커머스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한편 무신사와 크림은 둘 다 명품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품 보장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 만큼, 회사의 신뢰도를 위해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