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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현대 서울’ 큰손은 31살…체류시간은 무신사 9배 [언박싱]
더현대 서울 외관 모습.[현대백화점 제공]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를 사로잡으며 미래형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 최단기간 1조원 매출 백화점을 넘보고 있다.

지난해 2월 코로나 팬데믹 상황 아래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던 더현대 서울은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매장도 없이 단숨에 연매출이 8000억원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MZ세대, 지하2층에 몰렸다

최근 더현대 서울이 펴낸 1주년 디지털리포트에 따르면 30대가 37.6%로 연령대중 가장 높은 구매 비중을 차지했으며 특히 31세가 가장 높은 구매력을 보여줬다. 20대는 15.9%를 차지했다. 20·30대가 매출 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인데, 이는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20~30대 매출 비중(24.8%)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더현대 서울 층별 방문객 분포.[현대백화점 홈페이지]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는 층별 방문객 분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년간 층별 선호도를 보면 MZ세대를 겨냥한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15.43%)는 지하 1층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23.08%)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명품 브랜드 등이 위치한 1층은 13.59%,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가 위치한 5층은 11.59%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무엇보다 평소 백화점에서 보기 힘들었던 MZ세대 인기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면서 소비 트렌드를 주도했다.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랩’과 명품 시계 리셀숍 ‘용정콜렉션’ 등도 새로운 시도로 꼽힌다.

더현대 서울 고객 연령대 비중.[현대백화점 홈페이지]

MZ세대 전문관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서 지난 1년간 상품을 구매한 20~30대 고객은 약 14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20~30대(288만명) 2명 중 1명이 이 곳에서 쇼핑을 한 셈이다. 아울러 더현대 서울의 1인 평균 체류시간은 로플랫 데이터 기준 79분으로 온라인 플랫폼 1위인 무신사의 8분15초(495초, 2020년 기준)의 9배로 나타났다.

더현대 서울을 찾은 20·30대 중에서도 원정 쇼핑객이 많은 것 역시 눈길을 끈다. 전체 매출의 54.3%가 더현대 서울에서 10km 이상 떨어진 광역 상권에서 나왔는데, 이들 중 75%가 30대 이하 고객인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이 물리적 거리에 상관 없이 더현대 서울을 찾은 것으로 분석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서울은 차별화된 공간 구성과 콘텐츠를 앞세워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를 다시 백화점으로 불러모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상권의 오지’ 여의도 살린 비결은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 전경.[현대백화점 제공]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나는 향을 구입하고 싶어요.”

더현대 서울 5층의 사운즈 포레스트는 3300㎡(약 1000평) 규모의 실내 정원으로 오픈과 동시에 인증샷 명소가 됐다. 자연과 힐링을 접목한 공간으로 이 곳의 향을 구입하고 싶다는 고객의 문의가 들어올 정도. 그러나 인공적인 향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오렌지 재스민과 개나리 재스민에서 풍기는 자연향으로 공간을 채웠다.

고객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더현대 서울을 찾은 고객이 사운즈 포레스트에 머문 평균 시간은 약 37분으로, 패션 브랜드의 평균 체류시간(4분)보다 9배 이상 길었다. 오픈 당시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최초로 적용하며 전체 영업 면적(8만 9100㎡)의 절반을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민 더현대 서울의 전략이 고객 발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으로 주말에 한산한 모습을 보이던 여의도를 변화시킨 것도 놀라운 변화다. 더현대 서울 오픈 이후 주말 여의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 가운데 더현대 서울을 찾은 사람은 21.6%로 집계된다. 이는 주중 비율인 9.9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더현대 서울 내부 모습.[헤럴드경제 DB]

이러한 상권의 특성은 최근 책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를 펴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주요하게 언급하는 부분이다. 김 교수는 “여의도는 오피스 지구로 주간인구와 야간인구의 차이가 굉장히 크고, 어떻게 보면 상권의 오지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서 성공을 한 점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두번째 놀라운 점은 백화점들이 주로 VIP, 4050 등 어느 정도 연령, 구매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를 하는데 더현대 서울은 2030 젊은 세대에게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선명한 타깃이 성공했다는 점”이라며 “더현대 서울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공간 비즈니스가 나아갈 방향을 가장 정확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은 올해 매출 9200억원을 달성하고, 내년에는 1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이 내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 개점 이후 2년 10개월 만에 1조 클럽에 가입해 국내 백화점 점포 중 최단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게 된다. 이전 최단 기록은 대구 신세계의 4년 11개월이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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