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경 수원 에스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원장. |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최근 고혈압 환자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 ‘혈압’은 미리미리 관리해야 할 주요 건강지표다. 국내 고혈압 환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혈압 환자 연령대는 점점 내려가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국내 20~39세 성인 고혈압 유병자는 약 127만명에 이른다. 고혈압 바로 전 단계 추정인구도 34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들은 관련 치료를 거의 받지 않는다.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 인자다. 보통 수축기혈압이 140 이상이거나 이완기혈압이 90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정상 범위는 120/80 이내다. 하지만 이를 스스로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다는 진단을 받을 때만 잠깐 걱정하다가 마는 정도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의 절반 이하만이 자신이 고혈압인 것을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발생하면 지속기간이 오래돼 더 위험할 수 있다. 높은 혈압에 오래 노출된 혈관일수록 쉽게 상하기 때문. 나선경 수원 에스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원장은 “고혈압은 평소 별다른 통증이나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며 “하지만 갑자기 수치가 높아지면서 뇌졸중, 협심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장은 이어 “젊은 환자의 경우 고혈압이 있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할 때가 많다”며 “고혈압이 장기화되면 뇌·심혈관계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의사와 상의하며 조기에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젊을 때부터 미리 검진에 나서야 한다. 국내 대학병원(손정식 서울대병원 교수팀) 연구팀이 2014~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8280명의 고혈압 가족력과 실제 고혈압 발생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 유병률이 2.5배까지 높아졌다. 실제 고혈압으로 이어진 케이스도 25.4%로, 가족력이 있는 사람 4명 중 한 명은 실제 고혈압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가족력이 있는 상황에서 생활습관까지 나쁘다면 위험은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검진·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 원장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짠 음식이나 고탄수화물 음식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체중이 갑자기 늘어난 젊은 층이 증가하며 고혈압 관리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며 “비만은 혈압을 높이는 주요소 중 하나로, 과체중이라면 체중을 1㎏ 줄이면 혈압이 1~2㎜Hg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연·금주를 실천하고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고혈압으로 진단받는다면 주치의를 두고 꾸준히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치료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나 원장은 “고혈압약은 상황에 따라 점차적으로 조절해 복용하는데 약제 선택은 환자의 나이나 성별, 기타 동반 질환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혈압이 의심되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평소 정기적으로 집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도움이 된다. 나 원장은 “가정혈압 측정은 고혈압 예방·관리에 무척 긍정적”이라며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가정혈압 측정 시 135/85㎟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볼 수 있다. 정확한 혈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2번, 저녁에 2번 측정하는 게 권고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문제가 생긴 경우 전문의의 진찰을 통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상황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민간요법 등에 의존하거나 임의로 약물을 찾아 복용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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