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누우면 수면무호흡 확률 커지고
위식도역류질환 있다면 왼쪽 누워자야
운동은 잠자리 들기 서너 시간 이전에
과한 수분 섭취·술, 되레 깊은 잠 방해
적절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6~9시간 정도다. 물론 충분한 수면을 취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누구나 쉽지는 않겠지만 의학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은 평일과 휴일에 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날은 하루 종일 상쾌하지만 잠을 설친 날에는 모든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생활이 힘들다. 하지만 어떻게 자야 진짜 몸에 좋은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자도 자도 졸리고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오는 3월 18일(금) 세계수면학회가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정한 세계 수면의 날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유삼 교수(대한수면학회장)의 도움말로 많은 사람들이 평소 궁금해 하는 ‘건강한 잠’에 대해 알아본다.
▶ ‘수면의 질’을 낮추는 원인은 무엇인가?= ‘수면 위생’과 연관돼 졸리고 피곤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수면 위생’은 적절하게 잠을 잘 자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동들을 말한다. 밝은 빛을 보면서 오랫동안 깨어 있지 않기, 잠이 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침대에 오랫동안 누워 있지 않기, 시간을 자꾸 체크하지 않기, 늦은 시간에 잠을 자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일어나기,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 피하기, 자기 전 과한 수분 섭취를 피하고 과식하지 않기 등을 수면 위생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만 지켜도 수면의 질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또한 수면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잘 때 코를 고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코골이가 있는 사람들 중 약 70% 정도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평소에 코골이가 심하거나 특히 연세가 있으신데 혈압이 높은 경우, 이와 더불어 비만인 경우에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서 수면무호흡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수면 질환에는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빠르거나 늦거나 불규칙한 일주기 장애를 비롯하여 잠을 자면서 이상행동을 하는 수면행동장애, 정상보다 많은 잠을 자는 데도 잠이 계속 오는 과수면증이나 기면증, 잠이 들기 어려운 불면증 등 다양한 질환이 있다.
▶술을 마시고 자면 푹 잘 수 있나?=쉽게 잠이 들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술이 잠을 잘 자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깊은 잠을 자는 데는 방해가 된다. 또한 과음은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더 심하게 해 수면 중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한다. 이는 잠을 깊게 못 자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술을 마시는 이유가 숙면을 위해서라면 수면 위생을 잘 지켜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전문의에게 불면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
▶취침 전에 운동을 하면 잠이 잘 들 수 있나?=잠들기 전에 운동을 해서 몸이 피곤해지면 잠이 잘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잠이 드는 시간 바로 직전에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서 몸이 굉장히 흥분한 상태가 되고 더 잠이 잘 안 오게 된다. 만약 운동을 통해서 숙면을 취하려면 잠자리에 들기 최소한 서너 시간 이전에 운동을 마치고 어느 정도 몸이 진정된 상태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세에 따라 수면의 질이 달라질 수 있나?=수면 자세에 따라서 수면의 질도 달라질 수 있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하늘을 쳐다보고 누워서 자면 중력에 의해서 혀라든가 주변 구조물들이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숨을 쉬는 공간이 조금 막히기 때문에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 수면무호흡증 환자 4명 중 3명 정도는 똑바로 누워서 자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경우에 수면 자세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위는 몸 왼쪽에 있다. 따라서 왼쪽으로 돌아누워서 잠을 자면 위가 몸의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중력에 의해서 위산은 아래쪽에 있고, 위쪽으로 올라올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위가 위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위산이 역류할 수 있다. 위는 몸 왼쪽에 있기 때문에 위가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왼쪽으로 돌아누워서 자는 자세가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그림1 참조)
▶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몸에 어떤 일이 생기나?=적절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6~9시간 정도다. 물론 충분한 수면을 취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누구나 쉽지는 않겠지만 의학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은 평일과 휴일에 자는 시간이 비슷하고 낮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평일에는 수면 시간이 작고 휴일에 많다면 평소 수면시간이 모자라다는 증거일 수 있다. 잠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잠을 자면서 뇌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씻어내는 기능이 있다. 이것은 잠을 자야만 생기는 기능인데, 노폐물이 쌓이면 치매 발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단기적으로는 잠을 못 자면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워져 판단력,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사람의 잠은 본인이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부족한 수면 시간이 장기간 쌓이면 결국에는 잠을 자야 피로가 해소될 수 있다. 이것을 ‘수면 부채’라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매일 매일 한 시간씩 잠이 부족한 일들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본인이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어도 어느 순간엔가 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데, 수면 부채가 쌓여 결국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수면의 양과 질이 개인은 물론 사회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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