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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인대 다쳤는데 운동 또 운동? ‘운동중독’ 그 위험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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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5) 씨는 아침 출근 전에는 수영장에서 새벽수영을 즐기고 퇴근 후에는 헬스장에서 장시간 운동하는 운동마니아다. 코로나 시국에도 단 하루도 운동을 거른 적이 없던 김씨는 완벽한 ‘초콜릿복근’을 가지게 된 자신을 바라보면서 운동만이 삶의 기쁨이자 낙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약 1개월 전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무릎에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부터였다. 김씨는 원인 모를 통증에 운동을 게을리했나 싶어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병원을 찾았고, 무릎 관절이 망가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수술을 앞둔 요즘도 운동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김씨처럼 지나치게 운동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운동중독’.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는 최고의 비결이지만 잘못하면 도리어 몸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면 누구나 빠질 위험이 있는 운동중독에 대해 알아본다.

격렬한 운동 지속 후 '세컨드 윈드' 현상, 마약보다 쾌락 강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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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처럼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운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을 하게 되면 ‘엔도르핀(Endorphin)’이 분비된다. 특히 운동 시 발생하는 ‘베타 엔도르핀’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물질로 마약과 화학구조가 유사해 마약과 같은 희열을 느끼게 한다. 베타 엔도르핀의 진통효과는 진통제보다 40~200배나 강하다. 이와 같은 진통과 행복감 현상은 운동 때 생성되는 젖산 등 피로물질의 축적과, 관절 또는 근육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체내에서 자동으로 반응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호흡조차 곤란한 사점(Death point)에서 베타 엔도르핀이 급격하게 분비되면 우리 몸은 ‘세컨드 윈드(Second wind)’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운동 중에 고통이 줄어들면서 운동을 계속하게 하는 의욕이 생기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피로감과 체력소모로 탈진한 신체를 다시 운동 상태로 유지시키기 위해 행복감과 진통효과를 줌으로써 운동의욕을 계속 불어넣어주는 신체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유쾌한 기분은 묘한 행복감을 느끼는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이 마약을 먹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고 한다.

이 같은 베타 엔도르핀의 행복감 때문에 운동을 중단하지 못하고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운동 자체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데 있어 두말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운동중독으로 발전했을 때의 문제는 바로 운동 중 부상이 발생한 경우에 있다. 운동 중 부상이 생겼음에도 운동을 중단하지 못하고, 그것이 부상을 더욱 악화시키면 자칫 고질적인 만성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

운동중독도 내성 생겨, 더 강도 높일수록 부상 위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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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2~3개월 계속하면 100% 운동중독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하다못해 매일 3km를 걷는 것만으로도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것. 운동을 거른 후 불안, 초조, 신경과민, 불쾌감이 생긴다면 이미 이 단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운동중독에 빠지면 우선 금단증상을 느끼게 된다. 바빠서 하루라도 운동을 못하면 불안하거나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 희열감을 느끼기 위해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하게 되고, 계속적으로 운동량을 늘려나간다. 더 나아가서는 운동 중 심한 통증이 발생하거나 질환이 나타났는데도 무리하게 운동을 지속하게 된다. 나중에는 스스로 운동을 중단하거나 운동량을 줄이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게 된다. 문제는 운동에 대한 내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운동 강도를 계속 높여야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계속할수록 강도와 시간이 길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장년층에서는 매일 등산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경우 앞 정강이에 피로 골절이 생기는 것이 대표적인 운동중독 부작용이다. 다리를 무리하게 사용하면 정강이뼈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고 결국은 뼈에 금이 가는 것이다. 축구에 중독된 사람은 운동 중 발목과 정강이에 상처를 입고도 축구를 계속하는 경우도 흔하다. 마라톤 동호인 중에는 발바닥 근육과 근막에 염증이 생겼는데도 쉬지 않고 달리는 사람도 많다. 길거리 농구에 빠진 청소년 중에는 무릎 인대에 염증이 생겼는데도 운동을 쉬지 않으며, 인라인스케이트는 무릎 연골 파열, 골프는 팔꿈치 인대 염증이 있어도 계속 운동하게 된다.

운동중독 예방하려면 본인에 맞는 운동인지 체크해봐야

이처럼 운동중독은 신체의 과사용으로 인한 질병을 야기하고, 그 상태를 악화시킨다. 근육이나 인대를 다치면 당분간 쉬면서 회복을 기다려야 하지만 운동중독자들은 통증만 견딜 만하면 바로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손상된 근육과 인대는 회복할 사이도 없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는 “운동이 격렬해지면 뇌에서 아편, 모르핀과 비슷한 엔도르핀 등 통증감소 물질이 나와 육체적 고통을 잊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운동을 하면 생리학적으로 피곤하고 아파야 정상인데, 운동중독에 걸리면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소화가 안 되고 아프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오 교수는 “과격한 운동은 잠재된 질병을 불러내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운동중독을 예방하려면 스포츠의학클리닉 등을 찾아 현재 하는 운동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인지, 강도는 적절한지, 과도한 운동 등으로 신체질환이 발생했는지 등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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