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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동물학대는 인간을 향한 흉악범죄 예측요소다

최근 제주도에서 강아지 주둥이와 코만 내민 채 몸 전체를 땅에 묻어 생매장한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을 생매장한 것이다. 4월 초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유기동물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고, 동물학대나 유기에 대한 형벌이 강화되기는 하였지만 그 효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2021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700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자신들의 식구처럼 생각하고 키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직접 입양한 반려동물을 무책임하게 유기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반려동물이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간 중심의 사고가 가장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반려동물이 특별한 문제가 없이 건강할 때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물도 사람과 같이 나이가 들면 돌봄을 받아야 한다. 병원에 가야 하기도 하고, 때론 수술도 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돌볼 사람도 필요하지만, 동물병원에서의 진료비도 만만치 않다. 동물 진료는 보험으로 표준화되지 않아 수가가 천차만별이다. 이러니 처음에는 주인을 기쁘게만 할줄 알았던 반려동물을 주인들이 돌봐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경제적 혹은 시간적 이유로 감당하기 어려워 유기하게 됨을 추측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잔인한 동물 학대이다. 차량 뒤에서 강아지를 묶고 달리는가 하면, 입과 발을 노끈으로 묶어 버리기도 하고, 나무에 목을 묶어 사망케 하기도 하는 등 끔찍한 행동들이 심심찮게 언론에 나오고 있다. 동물학대 발생건수가 2011년에 비해 2020년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잔인한 행동들을 보통사람들이 쉽게 하기는 어렵다. 연쇄살인범들이 인간을 대상으로 살인하기 전에 이미 동물학대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많이 발견되기도 한다. 연쇄살인범인 강호순, 유영철, 이영학 등의 경우 반려동물을 학대하고, 자신이 기르던 개를 망치로 때려 살해하기도 했다. 이처럼 잔인한 방법을 통해 동물학대를 하는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상대가 동물이냐 사람이냐의 차이이지 일반적으로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나 소중함, 공감 능력의 부족이 폭력적 행동을 하게 한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의 고통을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며, 심할 경우 즐기기도 한다.

동물학대와 가정폭력의 상관성을 정리한 메타연구에 의하면 약 25~86%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범죄행위로도 발전한다고 한다. 반사회적성격장애 증상의 하나로 동물학대를 드는 보고도 있다. 이렇듯 동물학대나 잔인한 방법을 통한 유기는 가정폭력이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학대나 흉악범죄를 예측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이코패스적인 폭력 성향의 한 증상으로 동물학대를 범하는 사람의 경우, 강력한 사회적 제재나 처벌로 이런 행동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더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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