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피부 통해 주사하는 최소침습 방식, 바늘 위치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높은 숙련도 요구
광원 장치로 바늘 끝 정확히 알려주는 광유도 성대주입술 개발되며 연구팀이 임상 현장에 적용
광유도 장비 관련 합병증 0건, 시술 시간 짧고 환자 40명 중 36명에서 뛰어난 치료 효과 보여
의료진 진입장벽 해소 및 수술 안정성 높이는 데 큰 기여할 것으로 전망
연구팀, 논문 우수성 인정받아 지난 4월 미국후두학회로부터 ‘최우수 포스터상’ 수상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헤럴드경제(성남)=박정규 기자]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 연구팀(제1저자 허진 성빈센트병원 교수(전 분당서울대병원 임상강사)에 따르면 성대를 교정해 목소리를 호전하는 ‘성대주입술’을 광유도(light-guided) 방식으로 시행할 시 시술이 더욱 용이해지고 수술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몸의 성대는 폐에서 배출되는 공기와 만나 진동하며 목소리를 만드는 기관으로, 공기가 좌우대칭의 구조로 되어있는 성대 사이를 지날 때 다양한 정도로 수축하며 성대 접촉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진동수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성대가 마비 혹은 노화, 수술 등의 원인으로 손상되며 성대 접촉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 시에는 만성적으로 쉰 목소리가 나오거나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게 되는데, 이때는 성대에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등 충전물(필러)을 주사해 성대근육의 부피를 늘려주는 치료를 받게 된다. 성대주입술이라고 하는 이 시술은 성대가 좌우 반듯하게 위치할 수 있도록 교정해 소리를 낼 때 양쪽이 정확히 접촉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의 치료법이다.
성대주입술은 환자의 고통과 불편감을 줄이기 위해 목의 피부를 통해 주삿바늘을 삽입하는 최소침습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내시경 카메라를 사용하더라도 후두의 해부학적 구조로 인해 성대 내에서의 바늘 끝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바늘 위치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성대 모양을 정확히 교정해야하기 때문에 이 시술을 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의는 국내에서도 소수에 그치며, 이들 역시 고도의 집중력과 감각을 유지해야만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수술이 시술자의 의도대로 정확히 이뤄지지 않거나, 합병증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삿바늘에 연결된 광원 장치로 충전물이 주사되는 위치(바늘 끝)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광유도 성대주입술’ 기술이 개발됐는데, 차원재 교수팀이 임상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며 안정성, 시술 용이성 및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사진 설명. 수술 시 내시경을 통해 본 성대 사진, 일반 성대주입술 시 가느다란 바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광원을 장착하고 있는 바늘이 삽입될 시 불빛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성대 한쪽이 마비되는 일측성 성대마비를 가진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광유도 성대주입술을 실시, ▲시술 중 급성 합병증 여부(안전성) ▲평균 시술시간(시술 용이성)을 기록했으며, ▲시술 전 및 시술 1개월 후 주관적 음성검사, 다면음성평가, 공기역학적 음성검사(수술 효과) 등을 시행해 결과를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시술자는 내시경을 통해 관찰된 빛의 위치와, 성대 표면에 바늘이 들어갈 때 밝기가 어두워지는 등 변화를 토대로 깊이 및 방향에 대한 정보를 얻어 안전하고 정확하게 시술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시술 장비와 관련된 급성 합병증이 나타난 환자는 단 한명도 없었으며, 1개의 상용화된 주사 약물(1ml)을 주입하는데 걸리는 평균 주사 시술 시간은 95.6초(±40.6초)로 특히 바늘을 위치시키는 조준 과정에서 22.6초(±18.4초)가 소요돼 시술 용이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40명 환자 중 36명 환자에 대해 시술 후 4주 까지 치료 효과를 추적관찰 할 수 있었는데, 치료 효과 역시 매우 뛰어나 음성 장애 지수 검사를 비롯해 음성의 쉰 정도와 거칠기 등을 평가하는 청각심리검사(GRBAS scale)에서 크게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이밖에도 최대 발성 시간, 평균 호기속도(폐에서 가스 교환을 끝내고 내뱉은 공기의 속도) 등의 공기역학적 검사에서 유의미하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라 향후 광유도 성대주입술이 보편화된다면 성대주입술에 대한 의료진의 진입 장벽을 해소하고, 수술 안전성을 높이고 합병증 발생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원재 교수는 “피부를 통해 각종 약물을 성대 내에 주사하는 경피적 성대주입술은 최소한의 침습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안정적으로 시술할 수 있기까지 많은 경험과 숙련도를 요구해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본 연구는 광유도 성대주입술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연구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 ‘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 IF 3.372)’에 게재되었다. 또한 연구팀은 최근 4월 27일 개최된 미국이비인후과 춘계종합학술대회(COSM)에 참석해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후두학회로부터 ‘최우수 포스터상(Best Poster Awards, the First Place)’을 수상했다.
fob14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