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캐나다 퀘벡주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예방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천연두 백신을 맞으면 85% 정도 예방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천연두 백신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원숭이두창 원인 바이러스는 천연두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항원성 등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다만 접종 효과가 얼마나 지속하는 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천연두 백신 접종은 1979년까지만 시행됐다. 권근용 질병청 예방접종관리과장은 “1979년까지 일반인에 접종이 이뤄졌고, 1983년 정기 예방접종 항목에서도 아예 빠졌다”며 “1979년생(현재 43세) 이후로는 백신 접종이 없었다고 봐도 될 것이고, 자연 감염됐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했다.
고려대구로병원 김우주 교수는 “천연두가 디옥시리보핵산(DNA) 바이러스라 돌연변이가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인수공통감염병도 아니라 1980년에 근절이 가능했다”라며 “비교적 안정적인 바이러스라 세 차례 접종했다면 거의 평생 면역 수준에 가깝도록 오랜 시간 보호 효과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천연두 백신을 일명 ‘불주사’로 불리는 주사로 알고있지만 어렸을적 어깨쭉지에 커다란 상처를 나겼던 주사는 BCG(결핵예방백신)이다. BCG는 현재도 생후 4주 미만 신생아에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천연두 백신은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특수 바늘을 사용해 여러 번 찌르는 방식으로 접종한다.
한편, 면역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연두 백신은 국내에 3502만명분이 비축돼어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생물테러'에 대비해 백신을 대량 구입해뒀기 때문이다. 다만 천연두 백신은 접종방식이 까다롭고 접종 중 감염 위험성이 높아 대규모 접종은 어렵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감염병예방법 제40조는 생물테러감염병에 대비해 의약품 및 장비를 비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생물테러감염병으로는 두창을 비롯해 탄저, 페스트, 에볼라열 등 8종이 지정돼 있다.
보건당국은 "천연두 백신이 교차면역으로 원숭이두창에도 약 85%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면서 "현 비축물은 사람 두창백신으로 원숭이두창 백신과는 달라서 이에 대한 효과 평가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접종이 필요할 정도로 원숭이두창의 전염력이 강하지 않다고 보면서도 유행 시 고위험군 접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천연두백신이 원숭이두창에도 80% 이상 효과가 있다"면서도 "코로나처럼 전염력이 높지 않아 당장 전 국민적 백신 접종이 필요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유행 상황을 가정해 "고위험군이나 전파 가능성이 있는 범위 내에서의 접종은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엿다.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천연두백신은 인플루엔자나 코로나 백신처럼 근육주사로 한 번에 놓는 방식이 아니라 10~20번 피부를 긁거나 찌르는 분지침 방식의 백신이라 접종이 쉽지 않고, 생백신이라 접종하다 감염될 수 있어 일주일씩 격리해야 한다"며 "국내 유행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 고위험군 위주로 접종을 시작하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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