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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은 페르시안·7월은 카리브 음식”…해비치의 ‘스패출러’ 가보니[언박싱]
메뉴가 매년 4~5번 바뀌는 팝업 콘셉트
레스토랑 아닌 푸드 R&D 센터
메뉴 개발시 고객 피드백 바로 반영
서울 신사동 소재 '스패출러 바이 해비치' 외관.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을 지나 한적한 골목길로 접어들면 2층 규모의 모던한 회색 건물이 보인다. ‘Spatula(스패출러)’라는 상호명 외에 어떤 설명도 없고, 출입문도 정면에 바로 보이지 않아 흡사 비밀 아지트와 같은 느낌이다. 이곳이 바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지난달 초 업계 최초로 오픈한 팝업 스타일의 레스토랑 ‘스패출러 바이 해비치’다.

이 건물 지하에 있는 식당의 메뉴는 단일 코스 하나 뿐이다. 하지만 레스토랑 콘셉트를 ‘팝업 스토어’로 정한만큼 메뉴는 2~3개월에 한 번씩 바뀐다. 종류 역시 양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중·일식은 물론, 평소 먹기 어려운 지역 음식들이 나오거나 등장할 예정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레스토랑을 오픈과 동시에 선보인 메뉴는 페르시안 코스 요리였고, 한달 여 지난 이번 달 중순부터는 카리브해 요리가 선보일 예정이다. 가을께는 중식 관련 메뉴를 준비 중이다.

이곳을 진두지휘 하는 박민우 총괄 셰프는 “스패출러는 국적 불문, 장르 불문의 요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팝업 스타일의 레스토랑”이라며 “메뉴를 매년 4~5번씩 교체하는 것에 목표”라고 말했다.

스패출러 바이 해비치 지하 1층에 있는 팝업스토어 콘셉트의 레스토랑.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사실 스패출러가 무국적 요리를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보통 레스토랑이 아닌, 해비치의 ‘푸드 R&D(연구개발) 센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주에 사업장이 있었던 해비치가 외부 식음장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등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자 신메뉴 수요 역시 덩달아 늘었다. 실제로 해비치가 지난 2018년 이후 문을 연 외부 식음장은 양식당 ‘마이클 바이 해비치’, 한식당 ‘수운’, 중식당 ‘중심’, 일식당 ‘스시 메르’ 등이 있다.

이에 제주 본사에 있던 메뉴 개발 부서 ‘푸드랩(Lab)팀’을 확대, 서울로 옮겨왔다. 이곳에는 박 총괄셰프를 포함, 한·중·일·양식 등 각 분야의 셰프 6명이 불철주야 신메뉴 개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곳의 레스토랑은 스패출러에서 개발한 메뉴가 외부 식음장의 메뉴로 올라가기 전에 고객들에게 먼저 선보이고 피드백을 받는 일종의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무국적 요리를 선보이다 보니 주방에는 한식 냉면 기계부터 중식 화구, 피자 화덕, 스테이크 그릴, 빵 반죽기 등 장르를 불문한 주방 가전이 즐비했다. 특히 숯불구이가 가능한 조스퍼사의 그릴, 화덕 제조사 스테파노 페라라의 나폴리 피자 화덕, 100년 전통 베르켈사의 슬라이서 등 셰프들이 갖고 싶어하는 고가의 전문 장기들이 눈에 띄었다. 또 최근 글로벌 식문화 트렌드 상 숙성이나 발효 요리가 각광을 받는 만큼 지하 레스토랑과 1층 공용 주방 사이 0.5층에 숙성실을 마련했다. 이곳에는 소고기 뿐아니라 오리, 숭어 어란 등이 입고돼 있었다.

스패출러 바이 해비치에 있는 지하 1층 레스토랑 주방에서 셰프가 피자를 굽고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해비치는 이곳을 자사만의 푸드 R&D센터가 아닌, 미식(美食)을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하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일반인 대상의 쿠킹 클래스는 물론, 동종 업계 셰프들에게 주방을 대여하는 등 ‘모두의 주방’으로 만들 생각이다. 스패출러의 신메뉴 개발 회의에 한·중·일·양식 셰프들이 모두 모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듯, 이곳에서 음식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박 총괄 셰프는 “스패출러가 해비치만의 공간이 아니라 다같이 소통하면서 영감도 얻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3~4년이면 이런 공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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