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 초기 사망률 30%…재파열땐 70%
후유증 커 조기발견·관리하는게 최선
가족력·대사질환·고혈압·흡연 등 원인
극심한 두통·구토 등 증상땐 병원 찾아야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간호사가 새벽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병원 내 수술을 담당할 의료진의 부재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 50위권 안에 든다는 국내 최고의 병원에서 뇌출혈로 인한 응급수술을 담당하는 뇌혈관외과 교수가 단 2명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작 사람을 살려내는 외과의사의 인력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뇌혈관 질환 중에서도 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는 파열 시 초기 사망위험이 30%에 달하고, 생존한다고 해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그 위험성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무서운 뇌동맥류 치료에 있어 최선의 방법은 바로 파열되기 전에 미리 발견하여 관리하는 것이다.
뇌동맥류는 뇌 속 혈관의 벽이 약해지면서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를 말한다. 풍선도 부풀다 보면 언젠가는 터지듯이 뇌동맥류도 점점 부풀어 오르다가 터질 수 있다.
이때 지주막하출혈이라는 뇌출혈을 일으키게 되는데, 생명을 위협하고 생존하더라도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진 않지만, 선천적인 혈관벽 질환, 혈관 손상을 일으키는 대사 질환 및 생활습관(특히 고혈압과 흡연) 등이 위험인자로 보고되고 있다.
뇌동맥류는 전체 인구의 1%에서 발견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수가 계속 늘고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최근 5년 사이에 70% 넘게 증가했다(2017년 8만492명→2021년 14만3828명).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고준석 교수는 “최근 뇌동맥류가 늘어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조기 검진이 활성화되며 뇌동맥류를 발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뇌동맥류는 파열하면 사망률이 50%를 넘는 위험한 질환이다. 따라서 파열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파열을 막기 위해서는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 및 치료가 필수다. 특히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고혈압 등 혈압과 연관된 질환, 뇌동맥류 가족력 등이 있다면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검사는 주로 뇌혈관 CT(CTA), 뇌혈관 MRI(MRA) 검사, 뇌혈관 조영술 등으로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 발견해 치료를 시행하면 95% 이상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뇌동맥류가 발견되면 동맥류의 모양과 위치, 크기와 환자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치료를 결정하게 된다. 파열되지 않은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 크기가 3mm 이하면서 나이가 많은 경우 경과 관찰을 통해 보존적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크기가 크거나 작더라도 모양이 울퉁불퉁해서 파열 위험이 크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로 이뤄진다. 클립 결찰술은 이마 부위 두개골을 열고 클립 같은 고정핀으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를 졸라매는 수술법이다. 코일 색전술은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가느다란 도관을 넣은 뒤 뇌동맥류 내부를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로 채워 막는 방식이다. 뇌수술이 어렵거나 직접수술의 위험성이 큰 환자에게 적합하다.
일단 파열이 됐다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파열된 뇌동맥류는 첫 24시간 이내에 빈번하게 재파열이 발생하고, 재파열 시 사망률이 70%에 육박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둔기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 목덜미가 뻣뻣해지는 증상, 구토 등이 있을 수 있고 심한 경우 마비, 의식소실, 호흡 마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드물게 감기 증상처럼 가벼운 두통이 수일간 지속될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파열되었을 때도 경부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을 시행하게 된다. 특히 경부결찰술은 코일 색전술이 불가하거나 완전한 치료가 여의찮은 경우, 뇌동맥류 파열 후 뇌출혈이 심하게 동반되어 뇌 혈종 제거술이 필요할 때 시행한다. 일단 출혈 이후에는 수술 후에도 재출혈, 혈관 연축이나 수두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과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뇌동맥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련 요인으로 거론되는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 비만,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되도록 금주, 금연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