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능력 저하된 노인, 정상 노인보다 장애 발생 1.6배
손기영 교수팀 “신체기능 약한 노인은 근력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 권장”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의자에서 일어나 왕복 6m를 걷고 다시 의자에 앉기까지 10초 이상 걸리는 노인은 신체 움직임이나 뇌, 시각, 청각, 언어, 정신 등에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팀이 국가건강검진 코호트 자료를 바탕으로 66세 노인 8만명의 보행능력과 이후 장애 등록 여부를 장기 추적한 결과, 보행능력이 저하된 노인일수록 정상 노인에 비해 장애 발생이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신체기능 약화는 다양한 건강 문제와 관련될 수 있으므로 보행능력이 저하된 노인이라면 노쇠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고 근력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 등을 통해 건강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노인 보행능력과 장애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들은 있었지만 장애 여부를 일상활동과 같은 주관적인 기준으로 유추한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장애를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규정한 국가장애등록 자료를 바탕으로 보행능력 저하와 실제 장애 발생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코호트 자료(2002년~2015년)를 바탕으로 66세 노인 8만1473명의 ‘일어서서 걷기(TUG·Timed Up and Go)’ 검사결과와 이후 국가장애등록 여부를 평균 4.1년(최대 8.9년)간 분석했다. TUG 검사는 균형감각, 다리 근력, 보행속도 등 노인의 신체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으로, 생애전환기인 66세 노인의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다. 피검사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3m를 걸은 뒤 반환점을 돌아 다시 의자에 앉게 되는데 이때 걸린 시간이 10초 이상이면 신체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본다.
연구 대상자 8만여명 가운데 29%가 TUG 검사에서 평균 11.76초를 기록해 신체기능 저하 진단을 받았다. TUG 검사에서 정상 진단을 받은 그룹은 평균 7.20초를 보여 비정상 그룹보다 4.6초 앞섰다. 이후 각 대상자의 국가장애등록 여부를 장기간 추적한 결과, TUG 정상 그룹의 장애 발생은 1000인년으로 환산(대상자 1000명을 1년간 관찰했다고 가정) 시 0.215명이었다. 반면 TUG 비정상 그룹은 장애 발생이 1000인년당 0.354명으로 나타나, 정상 그룹에 비해 장애 발생이 1.6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 종류는 뇌 손상,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장애 등으로 다양했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TUG 검사와 국가장애등록이라는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노인의 신체기능 저하가 향후 다양한 장애 발생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년에서 노년기로 넘어가는 생애전환기 노인이라면 건강검진 등을 통해 노쇠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신체기능이 저하돼 있다면 대퇴사두근 강화에 도움이 되는 스쿼트, 런지 등의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과학기술인용색인확장판(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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