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500여명 진단...10만명당 6.5명
한 해 난소암 사망자 1200명 넘어
가족력·유전적 변이 있다면 고위험군
임신 잘 안되는 경우에도 위험 높여
초기 증상 질출혈·위장장애 등 경미
1기엔 90% 생존율...3기엔 30%로 ‘뚝’
골반 초음파·혈액 검사 주기적 시행을
난소암 발병률은 최근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보통 50~70세에 호발하는 암이지만 최근 30대 발병률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
난소암은 난소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국가 암등록자료에 따르면 매년 2500명가량이 진단되며 10만명당 발생률이 6.5명 정도로 발병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암이지만, 부인암 중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이다. 2018년 한 해 난소암으로 사망한 여성이 1200명이 넘을 정도로 심각한 질환으로 손꼽힌다. 난소암 발병률은 최근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보통 50~70세에 호발하는 암이지만 최근 30대 발병률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족력, 유전적 변이 있다면 고위험군...임신·출산 경험 없으면 위험도 높아져=난소암의 발생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난소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여러 인자는 알려져 있다. 첫 번째로 가족력이다. 부모 또는 가까운 친척이 난소암으로 진단된 경우 난소암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본인의 병력인데 BRCA1/2나 린치증후군과 같은 유전적 변이를 가지는 경우 또는 난소암, 자궁암, 대장암 등 과거병력이 있는 경우이다. 이전 자궁내막증 병력도 난소암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출산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경우나 임신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난소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기타 식습관, 비만도 관련이 있으며 10년 이상 프로게스테론 없이 에스트로겐을 복용한 경우도 난소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조현웅 교수는 “젊은 여성에서 비교적 난소암 발생이 증가하는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임신 또는 출산하는 여성이 줄고 있는 점과 고지방 및 고칼로리 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 비만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라며 “난소암은 임신 또는 출산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배란을 하는 경우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증상 없고, 진행돼도 증상 경미...3기 생존율 30%로 낮아, 초기 진단 중요=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초기에 진단된 환자들은 대부분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우연히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난소암은 상당히 진행되어도 증상이 경미하며 주증상은 복통, 복부팽창, 질출혈, 위장장애, 소화 장애 등이 있을 수 있다. 난소암은 1기에 진단되면 5년 생존율이 약 90%이지만, 3기의 경우 30% 정도로 매우 낮으므로 초기에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재발 난소암, 적극적으로 수술하면 생존율 향상=난소암은 전통적으로 예후가 나쁘고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암이므로, 일단 난소암이 의심되면 산부인과 부인종양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난소암의 기본적인 치료는 병기에 상관없이 개복수술을 통해 가능한 한 모든 종양을 제거한 후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다. 다만 초기의 경우 항암치료를 하지 않거나, 환자가 미혼이거나 임신이 필요한 경우 한쪽 난소만 제거하고 경과관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초기이거나 병변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 않으면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수술도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난소암은 수술을 통해 종양을 완전 절제하는 것이 환자의 좋은 예후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난소암은 복강 내에 광범위하게 종양이 퍼지기 때문에 종양이 위, 소장, 대장, 횡격막, 간, 비장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있어 완전 절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수술 전 다학제 진료를 통해 종양을 완전 절제할 수 있는 수술 계획을 미리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수술 후 항암치료, 환자가 재발했을 때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 치료계획 수립에 다학제 진료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난소암에서 유전체 검사가 중요해지면서, 환자의 임상정보, 조직검사 병리정보, 유전체 검사 정보를 가지고 종양내과 전문의, 산부인과 부인종양 전문의, 병리과 의사 등이 모여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분자종양 다학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다학제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서 종합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난소암 재발 시 종양의 완전절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수술을 시행하고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수술없이 항암치료 하는 것보다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 되었다. 또한 수술시 재발한 종양 조직을 통해 항암제 내성, 유전자 변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어 향후 항암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난소암이 재발됐을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고 다학제 진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최근 난소암과 관련된 새로운 표적치료제와 치료법의 등장으로 난소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난소암 환자의 약 50% 정도는 DNA 복구기능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관찰되는 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BRCA 1/2 변이로 난소암의 15~20% 정도 보고 된다. 이런 변이가 있는 난소암의 경우 표적치료제(PARP 저해제)에 큰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BRCA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서 수술 및 1차 항암치료 후 표적치료제로 유지치료를 했을 때 무병생존기간을 40개월 넘게 연장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주기적 검사로 조기에 발견...고위험군은 BRCA 변이 검사로 예방=아쉽게도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 없다. 자궁과 난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골반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CA-125)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난소암을 좀 더 조기에 진단하는 데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5년 이상 경구피임약 복용, 난소절제술 또는 자궁적출술을 받은 경우, 출산, 모유수유 등이 난소암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여성에게 권고되는 것은 아니다.
난소암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여성에서는 난소암을 예방할 방법이 있다. BRCA 변이가 있는 경우 DNA 복구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유방암, 난소암 등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난소와 난관을 절제하면 암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조현웅 교수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와 본인이 난소암 또는 BRCA 변이 위험이 높은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이며, 부모가 BRCA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자녀에게 변이가 유전될 확률은 50%이다”고 설명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