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팔리니 전세 내놓자”…전세 매물↑
강남3구 매물, 한 달 사이 10% 늘어나
서울 중구 매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연합]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예전에는 세입자를 구할 때 몇 명이 사는지, 아이들은 몇 살인지까지 챙겨봤다는데 요즘은 월세 잘 내줄 직업만 있으면 뭐든 좋죠. 오히려 안정적인 세입자면 선물을 주고서라도 모셔와야 합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형 아파트를 보유 중인 남모(55·여) 씨는 요즘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 탓에 골머리라고 말했다. 기존 세입자가 나가게 되면서 세입자를 다시 구해야 하는데 반전세 매물을 찾는 세입자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찾아간 공인중개사는 남 씨에게 “요즘 매물이 너무 쌓여서 세입자가 골라보고 간다. 특히 반전세 매물은 지불 능력이 되는 세입자가 오히려 소수라 큰일”이라고 했다.
높은 전월세 가격 상승률 덕에 웃었던 강남3구 집주인들이 최근 세입자 구하기에 분주하다. 높은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는 줄었는데, 매물은 늘면서 가격을 내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인근 공인 대표에 따르면 남 씨가 보유 중인 아파트의 전용 84㎡는 최근 세입자를 기다리고 있는 반전세 매물이 30건을 넘겼는데, 거래가 체결되는 수보다 매물이 더 많이 늘어나면서 최근 보증금 조건을 급하게 바꾸는 집주인이 늘었다.
반포동의 한 공인 대표는 “최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0만원대로 보증금을 제시했던 집주인이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는 크게 낮췄다. 반면, 보증금 8억원에 월세 300만원대를 제시했던 집주인은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조금만 올렸다. 두 케이스 모두 실질적으로는 가격을 낮춘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포동의 다른 공인 대표 역시 “높은 월세나 전세 보증금을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의 수가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중대형 평수를 중심으로는 오히려 세입자 품귀 현상이 계속되는 분위기”라며 “여기에 더해 매매에 실패한 집주인 중 상당수가 ‘전세로 돌리자’는 움직임이 이어지며 전월세 매물은 더 늘어났다”고 했다.
전세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매물은 크게 늘었는데 정작 체결되는 건수는 크게 줄어서 같은 크기 아파트의 경우, 20억원이 넘게 전세계약이 체결됐던 몇 달 전과 달리 최근에는 호가가 크게 하락해 10억원 중반대 매물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강남3구의 부동산 매물은 최근 급격하게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서울 강남 3구의 전·월세 매물은 2만2607건에서 2만5046건으로 10.78% 증가했다. 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구가 15.1%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서초구는 10.2%, 송파구 역시 4.3% 증가했다. 사정은 서울 내 다른 아파트 단지도 비슷하다. 전월세 매물은 5만8657건에서 6만7383건으로 8726건 증가했다. 비율로 따지면 한 달 사이 14.8%가 증가한 셈이다. 구별로 살펴보면 마포구가 39.8% 상승해 가장 많이 늘었고, 강북구와 강서구가 각각 33.9%, 30.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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